국내 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 총 투자액 83조6000억
대기업 중심 R&D 투자 집중 현상 '여전'
글로벌 R&D 상위 2000대 기업 중 美·中·日 압도…韓은 40개 그쳐
국내 1000대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전년보다 6조3000억원 늘어난 R&D 투자를 집행하며, 전체 1000대 기업 투자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전 세계 R&D 투자 상위 기업 수에서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에 크게 뒤처지며, 글로벌 수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4년 국내 연구개발 투자 상위 1000대 기업의 투자'를 분석해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국내 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의 총 투자액은 83조6000억원으로, 전년(72조5000억원)보다 11조1000억원(15.3%) 증가했다. 이 가운데 R&D 투자 규모를 늘린 기업은 709곳, 줄인 기업은 291곳이었다. 기업의 기술혁신 의지와 역량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4.8%로, 전년(4.4%)보다 0.4%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1000대 기업의 매출 증가보다 R&D 투자 확대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는 2010년 해당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총 투자액과 전년 대비 증가율, 매출 대비 투자 비중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위 300개 기업의 R&D 투자 비중은 전체의 92.4%에 달한 반면, 하위 300개 기업의 비중은 2.2%에 그쳤다. 특히, 상위 10개 기업의 총 R&D 투자액은 54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65.5%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62.7%)보다 2.8%p 상승한 수치로, 상위 기업에 대한 R&D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R&D에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지난해 30조2000억원으로 전년 보다 6조3000억원 늘었다. 1000대 기업 전체 투자 증가분의 절반 수준이다.
R&D 투자액이 1조원을 넘는 기업은 총 9개사로, 전년과 동일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4조5000억원), 현대자동차(4조3000억원), LG전자(3조4000억원), 기아(3조3000억원), 삼성디스플레이(3조1000억원), LG디스플레이(2조원), 현대모비스(1조8000억원), 삼성SDI(1조3000억원) 순이었다.
다만,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R&D 투자 상위 20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40개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681개), 중국(524개), 일본(185개), 독일(106개)은 물론, 대만(55개)보다도 적은 수치다.
기업 규모별 R&D 투자 분포를 보면 전체 1000대 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이 513개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총 투자액은 38조4000억원으로, 증가율은 11.4%였다. 상위 10대 기업을 제외할 경우 증가율은 7.3%에 그쳤다. 대기업 중심의 R&D 투자 집중 현상은 여전한 것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전체 R&D 투자액의 89.8%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4.8%),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2.2%)이 뒤를 이었다. 제조업 내에서는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가 57.8%로 가장 크고, 자동차·트레일러 16.4%, 전기장비 9.0% 등 순이었다.
제경희 산업부 산업기술융합정책관은 "산업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업들이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지금은 경쟁국에 대응해 이러한 흐름을 지속해야 할 중대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