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인 4일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까지 증원한다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이 이에 대해 이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우려를 표현하면서 여야 간 갈등이 격화될 분위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소위에 상정된 안건은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 안과 100명까지 늘리는 장경태 의원 안이다.
이 법안들은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대선 정국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받은 것과 관련이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대적인 사법 개혁'을 예고했으며,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대거 발의한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공개한 대선 정책 공약집에도 "사법 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다만 대법관 수를 100명까지 늘리는 장경태 의원의 개정안이 논란이 되면서 민주당 선대위가 이에 대한 철회를 결정했지만, 장 의원은 "선대위 결정을 존중하며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소위에서는 장 의원 안과 김 의원 안이 병합돼 심사된 끝에 법안 공포 후 1년 후부터 매년 4명씩 4년에 걸쳐 충원하는 방식으로 부칙을 변경해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 위원들은 소위에서 표결이 이뤄지기 전 "증원에 대한 합당한 논의 근거, 이유도 없이 법안 내용을 바꿨다"며 반발하고 표결에 불참했다. 이들은 소위 후 성명서를 내고 "오늘 민주당의 행태는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과 같다"며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고 했다.
앞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이 대통령과 회동한 자리에서 "여당이 본회의에서 처리하려고 하는 공직선거법, 법원조직법,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는 매우 심각히 우려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남겼다.
그는 회동 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법원조직법에 대해 우려가 큰 상황에서 여당이 밀어붙인다는 것은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말씀한 것과는 굉장히 괴리가 크다"고 재차 비판하기도 했다.
이같은 김 비대위원장에 발언에 민주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김 비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내일 처리하는 법안은 내란특검 등 3대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이라며 "김 비대위원장은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인 법안을 멋대로 뒤바꿔 민주당을 헐뜯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1야당의 대표가 새 대통령과의 첫 회동 직후에 거짓말로 '통합의 정치'를 향한 국민 요구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기존 국민의힘 당권 세력처럼 기본 전제 자체를 거짓으로 세워놓고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으니 암담하다"고 강조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기념 오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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