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K-방산 경쟁력을 좌우할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이 공정성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입찰 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사업을 주관하는 방위사업청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갈등이 더 커지는 양상이다. 방산 업계에서는 적기 전력화가 핵심인데 업체 간 갈등이 심화되며 제2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꼴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최근 한 업체의 민원에 따라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에 대한 법무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국방개혁 일환으로 인공지능(AI) 기술과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 들어간 장비를 군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인데, 다목적 무인차량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첨단 무기체계를 군에 빠르게 도입하기 위한 신속시범획득사업을 통해 전력화가 결정됐으며, 작년 4월 496억원 규모로 긴급공고가 나왔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 입찰에 응했다.
논란은 최고성능 확인 절차를 앞두고 불거졌다. 방사청이 업체가 제출한 제안서에 기재된 수치를 '최대성능'으로 간주하겠다고 하자, 한 업체가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방사청은 최고성능 확인을 실물로 평가하되 이 수치가 제안서에 기재된 수치를 뛰어넘어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로템은 "최고성능 확인을 어떻게 진행할지 여부와 제안서에 있는 성능을 최고성능으로 간주할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는 특정 업체에 유리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계약 체결 기준에 반하는 것으로 입찰 과정의 공정성을 해치고, 가장 우수한 장비를 획득할 것이라는 본래 구매 사업 취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제안서 수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건 관례라며, 이를 엎는 사례가 전무해 오히려 객관성이 결여된다는 입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평가 절차나 기준에 대해서는 방사청에서 양사에 동등하게 충분히 설명했다. 적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면 불필요한 잡음 없이 사업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방사청 또한 제안서를 성실히 기재하지 않은 업체의 잘못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웠으나, 갈등이 심해지자 법무 검토에 돌입하며 한발 물러난 상태다.
한 번 사업을 수주하면 장기간에 걸쳐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수출과도 연결되는 방산 특성상 업체들은 사업 하나에도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은 방사청에서 발주한 첫 번째 사업이기도 하고, 미래 육군의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는 만큼 이번 사업 수주 여부가 향후 수주 및 해외 사업에서의 경쟁력 제고와 직결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아리온스멧, 현대로템은 HR-셰르파를 국내외 전시회에 들고 가며 수주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업체 간 갈등을 방사청이 매듭짓지 못하자 KDDX 때처럼 또다시 전력화가 지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자는 당초 이달 말 결정될 것이 유력했으나, 대선을 앞두고 방사청이 어떠한 리스크도 지고 싶어 하지 않기에 대선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이미 한 번 논란이 초래된 상황이기에 소송전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KDDX 때처럼 업체 간 소송이 아닌, 평가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업체가 방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기에 전력화 지연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방산 전문가는 "다목적 무인차량 경쟁이 격화되는 것은 국내에서 선점을 해야 수출도 연결되고, 향후 육군에 깔리는 모든 지상 무인차량에 주도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객관적으로 보면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현대로템의 주장처럼 공정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방사청이 제안서를 받을 때부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완벽을 기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왼쪽)과 현대로템의 'HR-셰르파'. 각 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