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마약중독자 들끓는 도심, 공실률 35%
기업들 사무실 폐쇄, 사업 축소, 도심서 이탈
마약 비범죄화 법 개정, 市 공무원 도심 근무
시-시민-기업 협력해 도시 쇠퇴 함께 막아야
기업들 사무실 폐쇄, 사업 축소, 도심서 이탈
마약 비범죄화 법 개정, 市 공무원 도심 근무
시-시민-기업 협력해 도시 쇠퇴 함께 막아야
![[기획]`시크한 도시` 대명사 포틀랜드는 왜 몰락했나](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2502109989660001[1].jpg "[기획]`시크한 도시` 대명사 포틀랜드는 왜 몰락했나")
한국 대미 수출품의 주요 하역항이자 최근에는 한국인들의 인기 관광 행선지로 부상한 포틀랜드의 쇠퇴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도시행정 측면에서 그렇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이 도시의 쇠락을 시내 중심부 랜드마크 빌딩에 얽힌 소송을 통해 전하고 있다. '빅 핑크'(Big Pink)로 유명한 포틀랜드의 U.S. 뱅콥 타워(Bancorp Tower)가 10년 전 가격보다 80% 낮은, 그러니까 절반의 절반 이하 가격에 시장에 나왔다는 것이다. 빌딩 공실률이 50%가 넘는다고 한다.
◇도시 랜드마크를 노숙자와 마약중독자가 점거
이 빌딩이 최근 뉴스에 오르게 된 사연은 도시 치안이 비즈니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입주기업 디지털 트렌드(Digital Trends)는 임대계약 해지를 놓고 빌딩 소유주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디지털 트렌드는 계약해지 사유로 안전 문제를 들었다. WSJ에 따르면 디지털 트렌드는 소송 서류에서 "빈 사무실 층 복도에서 잠을 자는 부랑자들이 가득하고, 계단에서 불을 지르거나 펜타닐을 피우고, 심지어 공용 공간에서 배변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분홍빛 스페인산 화강암과 유약유리로 지어진 42층의 이 아름다운 빌딩이 비즈니스맨이 아닌 부랑자들로 북적이게 된 사연은 역설적이다. 좋은 자연조건에 도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친환경적이며 '사람 친화적인' 도시 행정이 노숙자들을 도시로 불러들이고 치안을 망가뜨렸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많은 도시들이 2020년 팬데믹으로 극심한 공실률 타격을 입었다.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서 사무실 수요가 급감했다. 2024년까지 포틀랜드 중심상업지구(CBD)의 오피스 공실률은 34.7%로 치솟아 미국 주요 도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기업 이탈은 세수 감소뿐만 아니라 도심 지역의 활력도 저하시켰다.
미국의 대다수 도시는 팬데믹 이후 확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포틀랜드는 예외다. 부동산 회사 콜리어스(Colliers)에 따르면 포틀랜드의 지난 1분기 사무실 공실률은 여전히 35%로 미국 25대 중심상업지구 중 가장 높았다
현재 포틀랜드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팬데믹의 여파, 노숙자 증가, 주 정부의 마약 정책 실패로 인해 회복될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WSJ에 따르면 디지털 트렌드에 앞서 이 건물 최대 임차인이었던 U.S. 뱅크가 작년에 직원들을 대부분 철수시켰다. 유니터스 커뮤니티 신용조합과 웰스파고는 포틀랜드를 떠나거나 도시 내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대기업들 중 일부일 뿐이다. 어도비는 최근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와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직원들을 통합하면서 포틀랜드 사무실을 폐쇄할 계획을 발표했다. 게다가 포틀랜드 도심의 많은 기업들이 주변 교외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다.
포틀랜드의 오피스 임대료 하락은 주택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작년 6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20개 도시 기준)는 평균 6.5% 상승을 기록했으나 포틀랜드는 0.8%로 주요 20개 도시 중 가장 낮았다.
◇한때 시애틀이나 샌프란시스코보다 인기 높아
포틀랜드는 한때 기술기업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다. 시애틀이나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비교적 낮은 주택가격에 매료됐다. 다른 도심 오피스 빌딩과 마찬가지로 U.S. 뱅콥 타워도 임대료 상승과 높은 입주율을 기록했었다. 여러 기관투자자들이 매매를 반복하며 가치가 꾸준히 상승했고, 2015년 유니코(Unico)와 UBS 펀드가 이 건물을 매입했다. 부동산기업 CBRE의 포틀랜드 지사 제이슨 전무에 따르면, 그 시절 대형 IT기업들이 포틀랜드에 본사를 둔 기업들을 인수하면, 인수 회사 직원들로부터 포틀랜드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이 닥치면서 사회적 불안이 심화됐고,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시작된 시위는 유독 포틀랜드에서 극성이었다. 다른 도시에서는 다소 진정됐으나 포틀랜드에서는 2021년까지 계속됐다. 노숙자를 위한 주택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한 것 또한 포틀랜드 기업환경에 큰 타격을 입혔다.
'빅 핑크'는 노숙자 서비스가 밀집된 지역과 인접해 있어 더 큰 피해를 입었다. 건물 옆 광장은 마약 사용과 판매의 중심지가 됐다. 디지털 트렌드의 법원 문서에 따르면, 빅 핑크는 "범죄 활동과 기물 파손의 소굴"이 되어 건물을 비워야 했다.
특히 치명적인 결과를 이끈 것은 정책의 오판이었다. 2020년에 통과된 오리건주 110호 법안은 소량의 마약 소지를 비범죄화 했다. 중독 문제를 공중보건 문제로 다루기 위한 의도였지만,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할 적절한 인프라는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2019년에서 2023년 사이에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5배로 증가했다. 2022년 한해에만 포틀랜드 지역에서 최소 315명의 노숙자가 사망했으며, 그 중 40%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주 정부는 지난해 약물 소지에 대한 처벌을 부활시켰지만 사태는 이미 악화할 대로 악화된 상태였다.
![[기획]`시크한 도시` 대명사 포틀랜드는 왜 몰락했나](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2502109989660001[2].jpg "[기획]`시크한 도시` 대명사 포틀랜드는 왜 몰락했나")
최근 일부 희망적인 소식도 들린다. 공공 안전이 미흡하나마 개선되었고 폭력 범죄 건수도 감소했다. 오리건주 의회는 작년에 주의 '포용적인' 마약 관련 법률을 폐지했다. 애플은 도시 쇠퇴의 상징이었던 매장의 금속 차폐 막을 더 이상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WSJ에 따르면 신임 시장 키스 윌슨은 친기업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임 카운티 검사 네이선 바스케즈는 범죄에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4년 11월 당선된 키스 윌슨 시장은 사업 중심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시정 거버넌스를 바꾸려 하고 있다. 그의 행정부는 노숙자 문제 해결, 경제 활성화, 공공 안전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윌슨 시장은 취임 1년 내에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숙자 쉼터 수용 인원을 대폭 늘리겠다며 올해 말까지 1500개의 새로운 쉼터 베드를 확보하기 위해 2800만 달러(380억 원)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이밖에 지역사회 시설을 활용해 응급 쉼터로서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항구적으로는 노숙자들을 주택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주택 공동체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밖에 포틀랜드 시청에 따르면 약 7000명의 시 공무원이 최소한 주 4일 이상 사무실에 복귀해 일함으로써 도심을 활성화하는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공공 안전 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총기 억제에 중점을 둔 전문 법집행 부서를 설치해 2022년 동기 대비 2025년 4월까지 총기 난사 사건이 약 60% 감소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을 퇴치하는 것인데, 여기에도 예산 증액과 밀매 단속 강화로 맞서고 있다. 아울러 치료 시설 및 위해 감축 프로그램의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도 도입했다.
포틀랜드의 문제는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정책적 요인으로 인해 복잡하고 다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포틀랜드가 개방적이고 활기차며 살기 좋은 도시라는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시정부의 노력과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도시 쇠퇴의 근본 원인을 직시하고 정면 돌파할 전략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