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신기술 콘텐츠 랩' 운영기관
창작 생태계 확장·사업화 연결 앞장
창작 생태계 확장·사업화 연결 앞장
이상욱 MBC씨앤아이 팀장 인터뷰
"인공지능(AI)은 창작자들이 무기를 하나 더 가지게 되는 계기입니다. 일단 시작해보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험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상욱(사진) MBC씨앤아이 콘텐츠기획센터 스마트미디어팀장은 "생성형 AI와 메타버스, 혼합현실(XR) 기술이 가속하는 가운데 방송환경이 적극적으로 신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MBC씨앤아이는 지난해 처음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하는 '뉴미디어 신기술 콘텐츠 랩' 운영기관으로 선정되면서 AI 기반 콘텐츠 기획 개발을 시도했다. 시작 당시에는 별 기대가 없었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창작자 한 명 한 명이 프로젝트의 주체로 AI 툴을 자유롭게 실험하는 과정은 일종의 연구개발(R&D)과 같았다. 이 팀장은 "신기술 콘텐츠 랩 참여로 'AI 콘텐츠 시대의 창작자', '기존 산업 시스템과 연결'을 고민하게 되는 실험적 시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전 제작 과정을 100% 생성형 AI로 진행한 문신우, 양익준, 정주원 감독의 '마테오'가 탄생했다. 이 작품이 지난해 '대한민국 AI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또 다른 창작자 이진호 감독의 '아트 인 더 월드'도 같은 영화제에서 내러티브 부문 1위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실사 촬영과 AI를 결합한 이재효 감독의 '원 모어 도파민'은 미국 뉴욕 국제필름어워즈에서 '베스트 AI 필름' 상을 받았다.
성과가 도출되면서 협업 기회도 많아졌다. 한류 열풍을 타고 글로벌 러브콜도 쇄도했다.
이 팀장은 "그간 성과 덕분에 미드저니, 런웨이, 일레븐랩스와 같은 글로벌 AI 기업들과도 협력 기회를 얻게 됐다"며 "뉴미디어 신기술 콘텐츠 랩은 단순히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AI와 같은 신기술을 도구로 활용해 창작 생태계를 실험하고 사업화까지 연결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과연 AI로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감정 표현이 핵심인 만큼 AI가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지, 시청자 입장에서 몰입이 가능할지가 과제였다. 랩 내부에서 진행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의문은 열정으로 바뀌었다. 이 팀장은 "워크숍을 계기로 창작자들 사이에서도 서로 시도에 자극을 받으면서 '해보자', '일단 실험해보자'라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며 "100% AI 창작을 하는 그룹과 AI와 실사나 기존 기술을 결합하는 그룹으로 나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콘텐츠 창작 방식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단순한 실험에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와 협업 기회도 생겼다. AI를 활용한 6편의 작품들이 '더 프롬프트: 넥스트 드라마'라는 옴니버스 특별전에서 공개돼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AI 콘텐츠의 장르화와 유통 모델 실험하는 첫 단추를 꿴 셈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 AI 툴이나 기능이 쏟아지면서 혁신 도구로만 쓰였던 초기와 달리 전통적인 제작 방식 내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흐름으로 진화했다. 가령 미술감독은 콘셉트 아트를 미드저니나 스테이블 디퓨전과 같은 이미지 생성도구로 컨셉아트를 스케치한다. 의상 팀은 시대·장르별 의상 스타일을 AI로 실험하기도 하고 촬영팀에서는 씬의 조명과 구도를 프리비주얼로 테스트한다.
이 팀장은 "AI는 단순히 창작자 개인이 '혼자 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협업 도구로 더 큰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며 "지난해 랩에 참가한 창작자 한 분은 처음부터 '사람 손으로 만든 이야기만이 진짜'라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지만 랩 과정이 끝나자 다른 창작자에게 먼저 AI 창작 질문도 하고 실제 활용 의사도 밝혔다"고 말했다.
MBC씨앤아이는 1기에서는 개인 창작자를 중심으로 기술 실험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 운영하는 2기에서는 '팔리는 콘텐츠'를 기획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AI 콘텐츠에 대해 '완성도가 낮다'거나 '실험적인 단계'라는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서사를 강화하고 감정의 밀도를 높이는 데 AI 기여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올해가 한일 수교 60주년인 만큼 일본을 필두로 글로벌 진출도 본격화한다. 이 팀장은 "이번 2기의 핵심 방향은 기술과 감성, 실험과 완성도의 균형을 잡는 것"이라며 "AI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하나의 장르이자 산업 모델로 자리 잡도록 2기에서 새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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