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1종목 이어 올해도 가속화
상폐위기 50억 미만 ETF 70종목
일각 "보다 엄격히 제도 적용해야"
상폐위기 50억 미만 ETF 70종목
일각 "보다 엄격히 제도 적용해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얻지 못해 사라지고 있는 상품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ETF 상장폐지 건수가 크게 늘은 가운데 일각에선 시장 건전화를 위해 상폐 요건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폐지된 ETF는 'RISE 글로벌메타버스', 'SOL 한국형글로벌플랫폼&메타버스액티브' 등 10개다. 내달에는 'KIWOOM 코스닥글로벌', 'KIWOOM SK그룹대표주' 등 5개 종목이 추가로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ETF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수많은 신규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시장의 관심을 얻지 못한 ETF는 빠르게 사라지는 추세다. 지난해 초 120조원이던 ETF 시장 규모는 이달 9일 기준 190조원까지 확대됐는데, 작년에 상장폐지된 ETF는 총 51종목에 달했다. 상반기 22종목, 하반기 29종목이 시장에서 퇴출됐으며, 이는 2023년 14종목, 2022년 6종목과 비교해도 큰 폭의 증가세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ETF 상장폐지 건수는 예년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다양한 상장폐지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중 '자산 규모 미달'이 대표적이다. 상장 1년이 지난 ETF의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으로 1개월 이상 유지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다음 반기 말까지도 50억원을 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상장폐기 위기에 처한 ETF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기준 순자산총액 50억원 미만인 ETF는 70종목에 달했다. 이 중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주목받았던 백신·메타버스·골프 등의 ETF가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는 상태다.
업계에선 ETF 시장이 커지면서 비슷한 상품이 여러 운용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출시되고, 이 중 투자자의 이목을 끌지 못한 상품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중소형 자산운용사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내달 상장폐지가 확정된 ETF까지 포함하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이 5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KB자산운용(4건), NH-아문디자산운용(3건), 한화자산운용(2건), 신한자산운용(1건) 순이었다. 유사한 콘셉트의 ETF라면 투자자 입장에선 거래가 용이하고 인지도가 높은 대형사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중소형사의 상품은 경쟁에서 밀리기 쉽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상품을 출시했을 때 중소형사보다 대형사의 상품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며 "중소형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특색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게 현실이지만,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ETF가 상장폐지되더라도 투자자들이 금전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운용사가 ETF에 편입된 주식 및 채권을 매도해 현금화한 뒤 지급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다만, 상장폐지일까지 ETF를 보유한 투자자에겐 순자산가치에서 운용보수 등 비용을 차감한 해지 상환금이 추후 지급되기에 일정 기간 투자금이 묶이는 일이 발생한다.
상장폐지 자체로 직접적인 금전 손실은 없지만, 투자자 보호와 ETF 시장의 효율성 확보 차원에서 상장폐지 요건을 보다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ETF 신규 상장 및 상장폐지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