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성과보수체계 점검 발표
보수위원회에 대표이사 포함돼
한국금융지주 등 안건 100% 찬성
"잘못된 의사로 손실시 책임 물것"
금융투자업계에서 임원이 자신의 보수와 성과급을 스스로 책정하는 '셀프 보수책정'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의 대표이사나 사내이사가 임직원의 성과보수를 결정하는 보수위원회에 직접 참여해 안건을 의결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보수위원회 안건 찬성률은 100%로 집계됐다. 모든 보수위원이 '임직원 성과보수 지급안'을 포함한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특히 한국금융지주를 포함한 산하 금융회사의 보수위원에는 모두 사장이 포함됐다. 오태균 한국금융지주 사장은 위원회 3명 중 한명에 포함됐고, 위원회가 총 6명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배재규 사장과 조준환 전무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5명의 위원 중 하나에 이름을 올렸다.
보수위원회는 보수정책, 성과보수에 대한 평가, 성과보수 대상자 결정 등 경영진을 포함한 전체 임직원의 보수 관련 사안을 모두 결정한다. 사규에 따라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기구로 운영해야 한다.
시중은행의 경우 보수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 꾸려 독립성을 보장한 반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일부 금융투자회사는 대표이사를 위원회에 포함시켰다. 한국투자금융지주뿐 아니라 지난달 이후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공시한 곳 중 LS증권(김원규 대표이사), KB자산운용(김영성 대표이사), 신한자산운용(조재민 대표이사) 등이 보수위원에 대표이사가 포함됐다. 반면 NH아문디자산운용, 신한투자증권, 교보증권, IBK자산운용 등은 사외이사로만 보수위원을 채웠다.
전문가들은 위원회가 3~5인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참여할 경우 위원회가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건 내용이 위원 본인에게 영향을 줄 경우 의결에서 배제되기도 하지만, 경영진을 포함한 성과보수 체계 등을 결정하는 안건에는 모두 참여했다.
금융감독원도 이 같은 금융회사의 보수위원회 '부실 운영' 등을 지적하며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사의 한도 등은 주주총회에서 결정하지만 개인별 지급액은 이사회에서 정한다"며 "주주가 승인한 총액의 범위 안이라 하더라도, 이사들이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하는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회사 보수위원회의 안건 찬성률이 98%로 집계되는 등 일부 회사의 보수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성과보수 체계 전반의 실질적인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성과보수 이연 기준과 조정 및 환수 등을 지적하며 중점 점검을 통해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이 5조원 이상 금융회사 153개사의 성과보수체계 현황을 점검한 결과 109개사가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성과보수 이연기간을 최소한도인 3년으로 획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성과보수가 장기 성과와 연계될 수 있도록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 지급해야 하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는 사례도 발견됐다.
이연지급 기간중 담당업무와 관련해 금융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연지급 예정인 성과보수를 실현된 손실 규모를 반영해 재산정하고, 성과보수 지급의 기준이 되는 재무제표가 오류나 부정으로 정정되는 경우 이미 지급된 성과보수는 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 내규상 조정·환수 가능사유와 절차 등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고 실제 환수사례도 지난해 기준 9000만원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이어서 금융회사 임직원의 단기성과와 과도한 위험추구와 위법행위 등이 견제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경영진이 성과보수체계에 대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해서 손실이 발생하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며 "금융회사들이 대체로 지배구조법을 형식적으로 지키고 있는데 원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관련 리스크 요인이나 중요한 사항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부분은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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