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기자본 상위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이 채권운용과 트레이딩 성과에 힘입어 반등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압도적인 운용 성과를 기반으로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KB증권은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하며 실적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7112억원으로 전년(1조5221억원) 대비 12.42% 늘었다.
5개 증권사 중 KB증권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뒷걸음질 쳤고 삼성증권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 증가가 상위 증권사의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1분기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5188억원으로, 전년 동기(3918억원) 대비 32.41% 증가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 하락으로 채권과 발행어음 운용 수익이 크게 늘어난 데다, 배당금과 분배금 수익도 증가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을 끌어올렸다. 별도 기준 운용수익이 전년 대비 121.02% 늘어난 4374억원을 달성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857.7% 급증했다. 배당금과 분배금 수익은 지난해 4분기 807억원에서 올해 1분기 1346억원으로 66.9% 증가했다.
운용 부문을 비롯해 브로커리지,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수익이 모두 증가했으나 브로커리지 이자 부문은 실적이 뒷걸음질을 쳤다. 브로커리지 이자 수익은 818억원으로 전년 동기(844억원)와 직전 분기(883억원)보다도 낮았다. 신용공여 잔고가 지난해 4분기 3조1900억원에서 이번 분기에 3조2900억원으로 소폭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감소했다. 미래에셋증권도 트레이딩 손익이 크게 늘면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3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는데, 이 중 트레이딩 손익은 21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4% 증가했다. 금리 하락으로 채권 평가이익이 확대됐고 자산가격 상승으로 주식 및 파생상품 운용 수익이 증가했다. 여기에 투자목적자산 손익이 약 900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면서 트레이딩 부문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해외법인도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미국, 홍콩, 런던, 싱가포르 해외법인은 864억원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몽골은 33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총 119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82억원 수준이었던 해외법인의 실적이 1년 만에 대폭 늘은 것이다.
5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감소한 KB증권은 1분기 2227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 부진으로 유가증권 평가손익이 축소되고 위탁매매 수익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 기업공개(IPO) 시장도 위축되면서 IB 부문도 실적을 받쳐주지 못했다. 1분기 IB 영업수익은 10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 감소했다. 예년과 비슷하게 실적을 달성한 삼성증권의 영업이익은 3346억원이었으며 NH투자증권은 28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삼성증권은 0.90%, NH투자증권은 4.40% 늘었다.
자기자본 상위 증권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만이 압도적인 실적을 기록했으며,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자기자본 9조원 이상으로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요건을 충족했으며,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하반기 내 IMA 신청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IMA 사업자로 선정되면 발행어음과 통합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조달 한도가 자기자본의 최대 300%로 늘어난다. 이는 기존 대비 약 100%포인트(p), 즉 수조원 규모의 추가 운용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금리 차 수익 구조는 발행어음과 유사하지만, IMA는 원금 보장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안정적인 금리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테일 자금 유치에도 강점이 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신사업인 IMA1호 사업자 후보로 유력하다"며 "발행어음 잔고는 17조6000억원(한도 19조9000억원)으로 추가 레버리지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1분기 발행어음 순이자마진(NIM) 1.86% 고려시 IMA에서 유사한 1%대 운용수익률만 기대해도 내년 이자수익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