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피터 터친 지음 / 유강은 옮김
생각의힘 펴냄
피터 터친 지음 / 유강은 옮김
생각의힘 펴냄
![[논설실의 서가] 국가 붕괴의 원인은 `엘리트 과잉생산`](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1502102369058002[1].jpg "[논설실의 서가] 국가 붕괴의 원인은 `엘리트 과잉생산`")
저자에 따르면 네 가지 구조적 요인이 위기를 추동한다. 엘리트 과잉생산, 대중의 궁핍화, 국가 재정과 정당성의 약화, 지정학적 요인이 그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추동 요인은 엘리트 과잉생산이다. 엘리트 내부의 경쟁과 갈등 및 엘리트 진입에 실패한 자들의 불만이 위기로 비화한다는 것이다. 미국 남북전쟁을 촉발한 요인은 대중의 궁핍화와 엘리트 과잉생산이었다. 1820년대와 1860년대 사이에 상대적 임금이 50%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서민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기대수명은 8년 감소하고, 신장이 줄었다. 1855~1860년 38건의 도시 폭동이 일어났다. 반면 엘리트는 과잉생산됐다. 1820년대 이후 성장의 과실 대부분이 엘리트에게 집중되며 엘리트의 수와 부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정부 공직을 둘러싼 경쟁이 심해졌다. 2011년 이집트 혁명(아랍의 봄의 시발점)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이전에는 이집트 젊은이 가운데 소수 일부만이 고학력 계층에 진입했는데, 무바라크 정권은 현대화라는 목표 아래 대학 교육을 대대적으로 확대했고 1995년 이후 대졸 학위자가 급속하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학위를 보유한 젊은이를 위한 자리의 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고, 일자리 없는 대졸자들이 대규모 반체제 시위에 혁명군으로 나섰다. 게다가 엘리트 내부의 갈등이 있었다. 사다트의 후계자였던 무바라크는 집권하자 아들인 가말 무바라크를 후계자로 훈련시키면서 맘루크 정권 이래 수백 년 이어져온 이집트 군사 통치의 규칙을 깨뜨렸다.
대중의 궁핍화와 엘리트 과잉생산,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엘리트 내부의 충돌은 사회의 응집성을 훼손하고 있다. 사회계약이 약화되고 국민적 협력 의식 또한 희미해지고 있다. 그 결과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공적 담론을 지배하는 사회규범과 민주적 기관의 기능이 해체되는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 양상 또한 엘리트의 과잉생산에 기인한 바 크다. 넘쳐나는 엘리트가 정치적 불안정의 원인이라는 시각은 독특하지만 이를 일반화할 수 있는지엔 의문이 남는다. 강현철 논설실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