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가 지난 2023년 11월 출시한 맥주 브랜드 '크러시'가 시장에서 아직 자리잡지 못한 가운데, 수익성 악화에 마케팅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회사는 브랜드 홍보 모델로 4세대 인기 아이돌 '에스파'의 카리나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공격적인 지속적인 마케팅을 이어오고 있지만, 기존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올해 맥주 사업 관련 광고판매비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맥주 사업은 가장 고민이 많은 영역"이라며 "반등을 위해서는 충분한 광판비(광고선전비·판촉비) 투자가 필요하나, 올해는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 예년 수준의 광판비로 대응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회사의 경영 환경이 올해 들어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1분기 롯데칠성음료의 영업이익은 소비침체와 원가부담 등으로 250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31.9% 감소했다.
지난 1분기 맥주 사업 부문 매출도 126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기간(238억원) 대비 47% 감소했다. 전체 주류사업 카테고리의 매출이 뒷걸음질 친 가운데, 맥주 사업의 낙폭이 가장 컸다.
이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 오비맥주의 카스와 하이트진로의 테라 브랜드 등이 부동의 점유율을 이어오며 1·2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카스는 40% 후반대, 테라는 10% 초반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크러시의 경우 5%를 밑돌았다.
여기에 최근에는 알코올 도수와 열량이 일반 맥주에 비해 낮은 '라이트' 맥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카스 라이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기준 4.9%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9% 상승한 것이다. 회사측의 설명에 따르면 카스 라이트의 판매량은 해당 기간동안 약 55% 가량 급증했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시장 주도 업체는 오비·하이트이며, 당사 브랜드력은 약화된 상태"라며 "올해는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소비자들의 맥주 브랜드를 바꾸려면 해당 브랜드에 대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접점을 늘려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