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 등 때문에 대출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지 못한다고 해명한다. 이런 가운데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1분기에만 10조6000억원을 웃도는 이자 이익을 기록했다. "금융 소비자가 봉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커지는 예대 마진과 이자 이익을 정조준하고 있다. 잔뜩 움츠린 은행들은 앞다투어 상생금융 확대를 외치며 극도의 눈치 작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3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4.51%로 전월(4.52%)보다 0.01%포인트(p) 떨어져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지난 2월 4.23%에서 4.17%로 0.06%p 내렸다. 주담대 금리는 2개월 연속 내림세다.
같은 기간 신규 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금리는 연 2.84%로 전월(2.77%)대비 0.13%p 떨어졌다. 정기예금 등 순수저축성예금 금리(2.83%)와 금융채·양도예금증서(CD) 등 시장형 금융상품 금리(2.89%)는 각각 0.14%, 0.08%씩 내렸다.
결국 대출금리가 내려가는 속도보다 예·적금 금리가 내려가는 속도가 더 빨라 예대금리차는 7개월째 확대됐다. 예대금리차는 전월보다 0.03%p 벌어지며 1.52%p를 기록했다.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2.24%p에서 2.25%p로 0.01%p 늘어났다.
대출금리 하락세가 더딘 이유는 1분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논란 등으로 집값이 들썩여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출 관리에 나서달라고 요구한 영향도 있다. 가계대출 관리 때문에 대출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지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최근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내며 높은 임금과 성과급 등으로 사회적 반감을 사고있어 대선을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사회적 환원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은행들에 대한 정치권의 호출도 잦아졌다. 지난 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은행장들을 소집한데 이어 지난 9월에는 국민의힘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이 은행장들을 불러모았다. 미국의 관세정책에 직격탄이 우려되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책을 마련하라는 것이 뼈대다.
앞으로 경기 불확실성 속 자산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 조기 대선을 전후로 정치권의 상생금융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금융권의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은행들은 지난해 말 3년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2조원 규모로 지원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발표했다. 하지만 향후 추가적인 지원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과거 민주당이 추진했던 이른바 '횡재세'(초과이익 환수)가 다시 이슈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존에 시행 중인 사회공헌 사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대선과 맞물려 은행권이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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