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상장 당일 가격이 급등하는 '상장빔'을 막기 위해 '브레이커'(일시 거래제한)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상 거래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30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코인 상장 직후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상장빔' 현상을 제도권 내에서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가격이나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변동하는 거래 등 이상 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의 '가상자산 시장 업무 규정' 제3조에도 이상 거래 발생 시 거래를 중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존재한다. 다만 거래 중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실제로 이를 적용한 사례는 없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거래 중지'에 대한 모호한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에 가격이 급변동하는 경우 거래소가 여러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돼 있다"며 "해외 거래소와 달리 국내 거래소에서만 100%, 200%씩 급등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거래소에도 유사한 제도가 일부 운영되고 있다. 두바이 기반 코인 거래소 바이빗(Bybit)은 신규 코인 상장 시 초기 5분간 시장가 주문과 조건부 주문을 제한하고, 지정가 주문만 상장가의 5000% 이내에서 허용하는 별도의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를 우리나라에만 도입해 거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상장빔'의 근본 원인 해결 없이 제도만 손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상장 당일 4만6000배 급등 후 급락한 무브먼트코인 사례나, 8월에 1400% 넘게 급등했던 어베일 사태 모두 상장 직후 시장에 풀린 유통 물량에 비해 투자자 수요가 과도하게 몰리며 가격이 급등한 경우였다.
유동성 공급자(LP)나 시장조성자(MM)가 유동성을 공급했다면, 이처럼 과잉 수요로 인한 단기 가격 급등락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서는 알고리즘 기반 거래 방식을 활용한 LP·MM 산업이 활발하지만, 국내에서는 유동성 공급 행위가 자칫 시세조종으로 간주될 수 있어 이러한 활동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처럼 상장 전에 거래소와 재단이 유동성 공급자와 사전 협의해 일정 수준의 물량을 시장에 배포하거나 유동성 장치를 마련했다면 어베일, 무브먼트코인 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격 급등락을 억제하기 위한 브레이커 제도 도입보다는 근본 원인부터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해외 시장과 연결돼 있는 시장에서 국내에서만 거래 정지할 수 있는 규제를 만드는 것이 역으로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가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시장이 글로벌하게 움직이는데, 국내만 거래가 일시적으로 중지되면 해외거래소에서 한국 거래소의 규제 차이를 활용한 규제 아비트리지(arbitrage trading·차익거래)가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 거래소는 일부 이용자들의 아비트리지 물량을 소화해주는 환전소 역할 밖에 못한다"고 설명했다.
규제 아비트리지는 서로 다른 국가나 지역의 규제 차이를 활용해 이익을 얻는 투자 전략이나 비즈니스 활동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이용자 보호 측면이나 국내 거래소들의 경쟁력 측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