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가 화제입니다. 1960년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당시의 어려운 삶 속에서도 가족과 사랑을 통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배우 아이유(이지은), 박보검이 주인공 애순, 관식의 젊은 시절을, 문소리, 박해준이 중년의 애순, 관식을 연기합니다.
탄탄한 서사로 국경, 세대를 관통해 국내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6일 3막(9~12회) 공개 직후 글로벌 시리즈(비영어) 부문 정상에 등극했습니다. 아직 공식 순위 집계 전인 4막(13~16회) 또한 SNS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죠.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도 '폭싹 속았수다'를 이례적으로 호평했습니다. 이에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완화를 암시하는 청신호'라는 관측도 나오죠.
'폭싹 속았수다'의 흥행에 미소 짓고 있는 상장사가 있습니다.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입니다. 지난 2006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드라마 '돌풍', '청춘기록', '왜그래 풍상씨', '라켓소년단' 등을 제작한 바 있습니다. 드라마 콘텐츠를 기획, 제작해 방송국, 미디어 플랫폼, 해외 시장에 공급하죠.
매출의 80%도 드라마 콘텐츠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팬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액 34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드라마 콘텐츠 매출이 280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제작공급을 하고 있다고 공시한 드라마 '돌풍', '폭싹 속았수다', 'DNA러버' 등에서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드라마 콘텐츠 매출은 대부분 내수가 아닌 해외에서 발생했습니다. 드라마 매출액 280억 중 207억원, 무려 73.94%가 해외에서 창출된 것입니다.
이 외에 음반제작, OST 제작 등 음원 관련 매출, 영화 제작 및 배급 관련 매출, 매니지먼트 사업은 아주 미미한 수준입니다. 임대수익(31억원)보다 영화 매출(17억원), 음반 매출(9억원)이 적으니까요.
외부감사인도 팬엔터테인먼트의 편중된 매출을 핵심감사사항으로 지적했습니다. 삼일회계법인은 "회사의 주된 사업 영역인 드라마 사업 과련 수익은 전체 수익 금액의 82.4%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콘텐츠 제작사의 경우 개별 계약의 조건에 따라 일정 기간에 걸쳐 수익을 인식하는데, 계약 변경, 위약금 등 미래 사건의 결과와 관련한 다양한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습니다.
매출이 한쪽으로 편중돼 있다 보니 작품 수가 줄어들면 실적이 크게 휘청입니다. 지난해 매출액이 2023년보다 크게 감소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2023년 당시 드라마 사업 부분은 1191억원의 매출을 일으켰는데, 1년 만에 76.49%가 준 것입니다. 당시 '꽃선비열애사', '국민사형투표', '돌풍', '반짝이는 워터멜론', '폭싹 속았수다' 등 다섯 작품이 매출에 반영됐지만, 지난해는 세 작품에 불과합니다.
이의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71.97%가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43억7400만원) 대비 97.05% 줄은 1억28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2023년 42억원에서 적자전환해 24억9100만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이에 팬엔터테인먼트는 "방송영상콘텐츠(드라마)의 제작매출 감소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팬엔터테인먼트도 한쪽으로 치우친 매출을 분산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사업계획으로 △중국 수출 시장 개방에 대비한 주기적인 드라마 사전제작 △글로벌 OTT 업체들에 대한 안정적인 장기 공급 △영화 사업 부문의 진출로 사업 다각화 등을 제시했습니다.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팬엔터테인먼트의 수익도 개선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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