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이 3분기 반도체 실적 부진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개 사과하면서, 이후 어떤 반등 카드를 내놓을 지 주목된다.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 12단의 엔비디아 납품 지연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8일 필리핀에서 "성장을 갈망(hungry)하고 있다"고 한 만큼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6세대 HBM4 조기 양산과 2나노 파운드리 전장 솔루션 양산 등이 실적 부진 돌파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추정치인 6조원보다 낮은 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6조원대 후반인 점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숫자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향 HBM3E 12단 제품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처음 인정하는 등 수주 차질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미 SK하이닉스가 관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이후 주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HBM4의 조기 양산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간 HBM 납품 계약이 내년까지 확정돼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엔비디아의 경쟁사를 중심으로 공급계약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AMD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퀄컴 등 다른 빅테크들도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엔비디아 외 HBM 발주처가 늘어나면서 올해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엔비디아에 HBM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의미가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엔비디아만 바라봐야 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아울러 아직까지 수익성 확보에 고전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는 기술 유출 우려를 덜어주면서, 동시에 HBM까지 패키지로 공급하는 '턴 키 수주' 전략을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파운드리를 분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를 일축했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지난 2019년 밝힌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보여준 만큼, 결국 미세공정과 가격경쟁력 등 실력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삼성 파운드리는 내년부터 GAA 2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한다. 2027년까지 후면전력공급기술(BSPDN)을 적용한 2나노 공정 개발도 완료하기로 했다. 일본의 AI 유니콘 프리퍼드네트웍스(PFN)와 미국 AI 반도체 기업 암바렐라를 2나노 공정 고객사로 확보했고, 빅테크와의 협력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고객사 확보를 위해 이달 24일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독일 뮌헨에서 온라인으로 '파운드리 포럼 2024'을 연다. 파운드리 포럼을 통해 최첨단 2나노 전장 솔루션 양산 계획을 발표할 지 여부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달 예정된 파운드리 포럼에서 지난 7월 밝힌 '원스톱 AI 솔루션' 턴키 수주 이상의 전략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재용 회장이 최근 파운드리 성장 갈망 의사를 피력한 만큼, 삼성 파운드리의 움직임도 그만큼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