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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쿠팡 PB 제재에… 주춤했던 `플랫폼법` 탄력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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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우대' 행위와 적용법리 비슷
"입법 동력 확보될 것으로 기대"
공정위, 쿠팡 PB 제재에… 주춤했던 `플랫폼법` 탄력받나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쿠팡의 'PB(자체 브랜드)상품 검색순위 조작' 사건에 최소 14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면서 22대 국회에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추진이 탄력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한 구매후기 작성으로 PB 상품 브랜드 파워를 키워온 쿠팡의 행위가 플랫폼법에서 금지하는 '자사우대'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16일 정부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3일 쿠팡과 PB 상품 제조·납품 자회사 CPLB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400억원(잠정)을 부과했다. 해당 과징금 규모는 지난 2023년 7월 기준으로 산정된 것으로, 의결서 작성 과정에서 최근까지 관련 매출액을 산입하게 되면 더 늘어날 소지도 있다.

쿠팡의 행위 사실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직매입 상품(로켓배송)과 PB 상품이 소비자 검색결과에서 상위순위로 나타나도록 인위적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출시 당시 인지도가 미미했던 PB 상품에 대해 임직원 수천명을 동원해 긍정적인 구매후기를 작성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PB 상품 자회사 CPLB의 이익 규모는 2020년 15억원에서 2023년 1192억원으로 급증했고, 입점업체 상당수가 피해를 입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쿠팡의 이같은 행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심사지침)'에서 규정하는 '자사우대'와 거의 일치한다. 심사지침은 자사우대 행위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직접 자사 상품·서비스를 판매하며 타 플랫폼 이용 사업자와 경쟁관계에 있을 수 있다'며 '이러한 이중적 지위를 활용해 자사 상품·서비스를 우대하고 경쟁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러한 자사우대 행위로 플랫폼의 지배력이 연관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어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쿠팡 제재 건에서 공정위는 "쿠팡은 검색순위 산정 기준을 설정·운영하고 상품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자, 자기 상품의 판매자로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며 "심판이자 선수로서의 이중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하게 소비자를 유인하고 경쟁사업자를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전원회의에서 쿠팡 측 변호인은 "공정위가 처음에 자사우대 행위로 조사를 하다 시장지배력 문제로 제재할 수 없자, 불공정 거래행위 법리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현재의 심사지침으로 자사우대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서는 대상 플랫폼 사업자가 혼자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이 합계 75% 이상이라는 점을 공정위가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 원안대로 '지배적플랫폼사업자 사전지정'을 담은 플랫폼법이 입법되고 쿠팡이 여기 포함된다면, 이런 절차 없이 얼마든지 자사우대 법리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 사례는 22대 국회에 입법 필요성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세부적인 내용에선 차이가 있지만, 야당에서도 플랫폼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입법 동력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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