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배상 등을 요구하며 분쟁조정이나 소송 등을 고려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또 최근 홍콩H지수가 반등함에 따라 손실·배상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은행과 투자자 모두 지수 추이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은 27일부터 올해 1월 만기 도래한 6300여 건의 ELS 손실 확정 계좌(중도해지 포함)를 대상으로 자율배상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관련 위원회를 통해 만기 도래 순서에 따라 계좌별 배상 비율을 확정한 뒤 고객들에게 본사가 자율배상 조정 절차와 방법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낼 예정이다. 이후 영업점 직원이 다시 한번 유선전화로도 안내한다.
하나은행도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다수의 고객과 협의·조정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관련 전산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앞으로 매월 격주로 배상위원회를 개최해 자율배상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은 지난 23일까지 820건에 대한 배상 협의를 마쳤다. 이번 주에는 합의 사례가 1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1일 손실 고객을 대상으로 자율배상 조정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총 667건이 접수됐지만, 아직 첫 배상금 지급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배상 비율에 이의를 제기한 69건을 제외한 598건의 경우,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배상금 지급과 함께 조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은행들은 3월 말 이사회를 열고 ELS 자율배상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은행권 안팎의 압밖에 따라 ELS 배상 원칙을 성급히 마련해 배상위원회 구성 등 실제 준비가 부족했던 데다 13일 개최된 ELS 불완전판매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 조정위원회 결과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배상 비율이 낮은 고객들 중 조정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 본격적으로 배상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타결 사례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2022년 4900대로 추락했던 H지수가 최근 6600대까지 회복한 점도 은행과 투자자 간 ELS 손실 배상 협의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가입 기간에 한 번이라도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시점보다 50% 초과 하락'과 같은 조건이 붙은 ELS의 경우 현재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 조건이 없는 ELS의 경우 65%를 각각 넘어야 이자(이익)를 받고 상환할 수 있다.
해당 기준에 미치지 못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가입 당시 지수 대비 하락률이 곧 손실률이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기 시점의 지수가 높을수록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은행들이 당국의 가이드라인(지침)에 맞춰 제시하는 자율배상액이 일반적으로 손실액의 40% 안팎인 만큼, 향후 H지수가 다시 급락하지 않는다면 각 은행의 배상액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 배상을 위해 쌓아둔 충당부채의 일부가 다시 이익으로 잡힐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8월 이후부터는 H지수가 6500선만 넘어도 만기 도래하는 5대 은행 ELS에서 거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8월 이후 H지수가 급락해 만기 시점의 이익 분기점도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3년 전 관련 ELS에 가입하고도 최근 H지수 반등에 따라 이익을 보는 사례까지 속속 확인되고 있다. H지수가 다시 6700선을 회복하고 6800에 근접할 경우, 당장 6월부터 조건이 없는 H지수 ELS 만기 도래 계좌는 모두 이익 상환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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