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부터 증권사의 투자일임 계약규모가 줄어들며 대형 증권사들도 운용역을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발표한 증권사 6곳 가운데 4곳이 전년 대비 투자일임 운용 인력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2곳이 운용 인력을 늘렸고, 특히 KB증권은 100명 이상의 인력을 증원했다.
투자일임업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투자판단을 일괄 위임받아 개별 계좌별로 대신 자산을 운용해주는 서비스다.
증권사의 투자일임 계약고는 2022년 3월 말 146조1000원에서 작년 3월 말 109조8000억원으로 약 25%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은 채권금리 급등으로 인해 발생한 일임형 랩 손실이 계약금액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각 증권사의 전년 대비 투자일임 운용규모(평가금액)도 대부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이 16조4012억원에서 7조5874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NH투자증권도 24조3971억원에서 17조4670억원으로 8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신증권과 KB증권도 1조원 가까이 평가금액이 줄었다.
미래에셋증권만 평가금액이 크게 늘었다. 2022년 17조6371억원까지 내려갔던 평가금액이 2023년 24조3296억원까지 커졌다. 삼성증권은 전년과 비슷한 5조원 수준을 유지했다.
평가 금액 증감과 관계 없이 대부분의 증권사가 운용인력을 줄였다. 평가금액이 늘어난 미래에셋증권도 891명으로 전년보다 30명의 인력을 줄였다. 2021년(963명)과 비교하면 감소 인원은 70명이 넘는다.
평가금액 감소 폭이 가장 컸던 2021년의 인력과 작년 말 기준 운용 인력을 비교하면, NH투자증권은 367명에서 345명으로, 대신증권은 162명에서 132명으로 줄었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30~40명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KB증권만 286명에서 395명으로 운용 인원이 늘었다. 평가금액은 줄었지만, 지점에서만 인력을 100명 넘게 늘리며 운용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다.
일회성손익을 제외한 증권사 60곳의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100여명의 투자운용 인력 증원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에 대해 KB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적립식 랩 신상품을 출시하며 영업점 PB의 업무역량 강화와 전문성 제고를 독려했다"며 "해당 상품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도를 높이고 전 직원의 투자자산운용사자격 취득을 지원하며 인력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김남석기자 kn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