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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지리각각] 서울, 파리·런던·도쿄 묻고 뉴욕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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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 삶의질 81위, 파워지수 8위
K-팝, K-컬처, K-푸드로 뜬 매력 도시
암참, 글로벌기업 아태본부 유치 권고
오 시장 취임 후 재생에서 복합개발로
용산, 세운지구 개발계기 뉴욕과 어깨
[이규화의 지리각각] 서울, 파리·런던·도쿄 묻고 뉴욕 넘본다?
지난 19일 서울의 미래 성장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3개의 이벤트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영등포에서 민생토론회를 갖고 도시혁신을 통해 서울을 파리와 런던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갖춘 도시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내 언론은 글로벌 컨설팅 그룹 머서(Mercer)의 '2023년 도시 삶의 질 순위'를 소개하며 서울이 81위에 랭크됐다고 보도했다. 아시아에선 7위였지만 글로벌 순위가 아쉽다는 내용이었다. 또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는 윤 대통령에게 '한국의 글로벌 기업 아·태지역 거점 유치 전략'을 담은 제안서를 보냈다고 공개했다. 암참은 아시아·태평양지역(APAC) 지역본부(RHQ)를 설립하고자 하는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에게 한국의 장점으로 유인할 수 있는 경쟁력 강화방안을 권고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아태지역본부 유치는 주로 서울에 유치한다는 전제가 깔렸으므로 이는 곧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 제안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세계인 이목 끄는 핫 플레이스, 서울

서울은 이제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K-팝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발원지이자 주 무대라는 점이다. 팝뮤직과 드라마, 영화에서 문화예술 전반으로 확산된 K-컬처의 부상은 이제 K-푸드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이 가고 싶고 살고 싶고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곳이 되었느냐 하면, 아직은 아니다. 서울이 파리와 런던을 뛰어넘고 도쿄와 나란히 뉴욕과 경쟁하는 글로벌 탑 티어 도시가 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필요하다. 그게 전제된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경제적 측면의 평가에서는 최근 좀 밀리고는 있으나 서울은 세계 주요도시 가운데 여전히 톱10 안팎에 올라있다. 일본 부동산개발기업 모리재단이 평가하는 글로벌파워도시지수(GPCI)에서는 2021년 기준 8위에 랭크돼 있다. AT커니의 글로벌도시지수(GCI)에서는 최근 순위가 밀리고 있으나 17위다. 한때 15위에 오르기도 했다. 서울이 비즈니스 환경은 여전히 뉴욕 런던 도쿄 파리 등 최상위 탑 티어 도시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그런대로 선방 중이다.

그러나 이번 머서의 삶의 질 평가에서 드러나듯 과연 세계인들이 살고 싶은, 삶의 질이 높은 도시로는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서울 주거환경의 획기적 개선과 문화예술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암참이 제안한 것도 그와 비슷하다. 노동·고용의 유연화와 외환규제 완화 등 정책과 금융 분야 개선을 주로 권고했지만, 영어교육 강화와 행정서비스 개선 등 도시의 서비스 인프라 혁신 필요성도 지적했다.

◇2021년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재생'에서 '복합개발'로

서울은 도시경쟁력 강화에 '진심'이다. 2021년 4월 오세훈 시장 취임 이래 도시 인프라와 건축에 새로운 접근을 하고 있다. 그로 인해 면모가 일신 중이다. 도시 개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향후 2~3년 내에 가시적 변화가 눈에 확 들어올 것이다. 전임 시장이 '도시재생'이란 틀에 갇혀 변화에 소극적이었던 점에 비하면 '진심'이 느껴진다.

서울연구원은 2022년 5월 '제1회 도시경쟁력 포럼'을 통해 서울의 경쟁력이 답보 또는 떨어지는 이유로 낮은 주거의 질, 경제경쟁력 하락, 인재경쟁력 소실, 혁신역량의 고갈 등을 들었다. 이번 윤 대통령이 서울 민생토론회에서 낡은 주거시설 개조에 중심을 맞춘 것도 그 맥락이다.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이전의 '보존·재생'에서 '복합개발'로 선회해 주거의 쾌적성 제고, 수직건축의 편리성 추구, 다층적 녹지 확보, 문화예술 공간 확충을 벌이고 있는 것도 바로 그때문이다.

하버드대 도시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일정 규모의 인구, 기후 및 식생 측면의 적절한 자연환경, 건축과 인프라에 대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도시정책, 도시민의 혁신에 대한 열망 등이 전제될 때 도시는 성장한다. 서울은 글레이저 교수의 기본적 도시성장 요소를 갖췄다. 특히 서울은 도시 면모를 일신할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추진 중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프로젝트와 녹지와 초고층화로 방향을 선회한 도심 세운상가 재개발 사업 등은 서울이 도쿄 아자부다이힐스 이상으로 미래 도시 모델을 창출할 기회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용산·세운지구 수직복합개발, 서울 대개조의 전기
그렇다면 글레이저 교수의 도시성장 척도에 맞춰 서울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주안점을 둬야 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인적자본의 확충을 등한시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결국 교육(교양) 수준이 높은 인구가 많아야 한다. 뒤집어 말하면 양질의 우수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학교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훌륭한 대학이 있고 여기에 연결되는 각급학교의 계층적 구조가 튼튼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서울 상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해외로부터의 우수 인재와 학생 유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모리재단의 GPCI 고급인재 유치 부문에서 서울은 2015년 9위까지 올랐다가 2021년 29위로 추락했다. 그 배경에 인구감소가 도사리고 있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 활발하게 진작돼야 한다. 이는 인적자본 확충과 연계돼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가 활기차야 한다. 그래야 협력, 창의력, 위험감수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 끊임없이 회의, 전시, 이벤트를 통해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는 공간이 돼야 한다.

셋째, 집적경제의 이점이 뛰어나야 한다. 부의효과가 일어나기 직전까지의 고밀도는 경제 활동에 유리하다. 클러스터링에서 발생하는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은 도시의 생리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1만1900k㎡의 면적의 수도권에 2600만명의 인구가 밀집된 것은 강점이다.

넷째, 인프라와 접근성 제고다. 도로, 대중교통, 공항 등 효율적인 교통망은 필수불가결하다. 서울은 이 점에서 다른 세계 탑 티어 도시들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쟁 도시들이 이 부분에 투자를 늘리고 혁신을 이루고 있어 서울은 더 분발해야 한다. GTX 노선 확충은 적절한 정책이다. 나아가 미래 도시교통의 한축이 될 도심항공교통(UAM)을 경쟁 도시들보다 먼저 도입해야 한다.

다섯째, 삶의 질 요소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주택의 품질과 가격, 문화적 편의시설, 레크리에이션 기회, 공기의 질 등 환경적 요소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이는 도시의 전반적인 매력도와 삶의 질 향상에 결정적이다. 이번 머서의 도시 삶의 질 순위에서 서울이 가장 부족한 부분도 주택과 기후환경이었다. 특히 편서풍을 타고 서울에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문제는 심각하다. 불가항력적 요인이라도 나름의 저감대책은 세워야 한다.

이런 과제와 해법이 아귀가 맞아 잘 돌아가야 서울이 파리와 런던 도쿄를 묻고 뉴욕을 넘볼 수 있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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