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47일앞 선거구획정 표류…민주 "선관위 원안 받으면 돼" 협상 결렬
서울·강원·경기·전남 특례 원하던 與 "강원에 '6개郡 공룡선거구' 생겨" 반발
민주 "인구대로면 강남 창원 대구 등도 줄일 대상…불리하지만 원안 받는 것"
제22대 총선을 47일 앞두고도 선거구를 정하지 못한 여야가 23일 거듭 파열음을 냈다. 서울·전북 각 1석, 경기·인천에서 1석씩 늘어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 원안에서 '전북 대신 여당 텃밭 1석 축소'를 원했던 더불어민주당이, 강원 8개 선거구 현행유지 등 특례안을 반영하자는 국민의힘에 '원안 통과'를 통첩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앞서 민주당이 전북 대신 부산 의석수를 하나 줄이자는 제안이 왔는데 저희가 그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었다"고 부산 1석 축소 수용 불가를 확실히했다. 그는 당 소속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의원들과 긴급회의도 가졌다.
윤재옥(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월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도중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윤재옥 원내대표는 "어제 오후 민주당 원내대표와 정개특위 간사가 '의원 정수, 지역구, 경계 조정 모든 것을 선관위 원안대로 하자'는 입장이라고 우리 당에 통보했다"며 "정개특위 간사 간 합의된 특례구역 조정과 관련된 것이라도 여야 합의를 통해 선관위 안을 조금 수정하자고 협상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물밑 협상에서 서울·강원·경기·전남 4가지 특례안으로 △서울 종로와 중·성동갑, 중·성동을로 나뉜 현행 지역구 유지 △춘천시를 단독 분구하지 않는 등 강원도 8개 선거구 현행 유지 △경기 양주를 동두천·연천에 붙이면서 갑·을로 분구 △전남 순천·광양 현행 유지 등에 잠정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획정위 원안대로 적용되면 여당 의석 다수인 강원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8석을 유지하지만 '춘천·철원·화천·양구' 갑·을 지역구에서 춘천이 분리되고, 기존 '속초·인제·고성·양양'도 갈라져 6개 군(郡)이 합쳐진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이 탄생한다. 단일 선거구였던 강릉에 양양을 합친 '강릉·양양'도 생겨난다.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의 경우 서울 면적의 8배이자 강원 전체 면적의 30%를 차지할 만큼의 역대급 '공룡 선거구'가 된다.
단독 과반의석 민주당의 원안통과 압박에, 속초·인제·고성·양양 현역인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정개특위 간사간 합의로 특례안을 만들어 선관위에 잠정으로 보내놨는데 그동안의 협상을 다 무시하고 1차로 보낸 안대로 하자고 했다"면서 "협상테이블을 걷어찬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출근길 기자들을 만나 "있던 협상을 무시하고 받으라는 취지인데 생각을 좀 했으면 좋겠다"며 "민주당 요즘 결정이 다 이렇다. 이재명 대표에 다 위임하고 그 분이 결정하면 찬성하는데 북한인가. 그런 즉흥적 결정이 계속되는데 2024년 대한민국을 그 당에 맡기게 할 수 없다"고 했다.
홍익표(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당대표.<연합뉴스 사진>
반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획정안 원안 그대로 받겠다고 제안했고 28일 원안 그대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거쳐 29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된다"며 "그 이외에 더 이상 (국민의힘과의) 협상의 여지는 없다"고 공개 통첩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부산에서 한 석을 줄이고 전북에서 한 석을 살리도록 하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겠다'고 했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오랫동안 협상을 해왔고 처음부터 '선관위 획정위에서 보낸 안이 매우 일방적으로 왔다'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안이) 우리 당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지만 더 이상 이 문제를 늦출 수 없기 때문"이라며 "여러 고민 끝에 우린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을 지키면서 가자 해서 선관위 획정안을 원안 그대로 받자고 전날 통보한 것"이라고 했다. 협상 테이블을 걷어찼다는 여당 주장엔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또 "인구 수대로 줄이자면 경기도 부천과 같이 경기도 안산, 서울 노원, 서울 강남, 경남 창원, 대구 지역 등등이 먼저 줄어야 된다(고 전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것 손대고 저것 손대고 하면 여야가 이해관계 따라 선거구 획정안에 손을 댔단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