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단둥에 체류, 위조신분증으로 중국인 개발자로 일감 물색
전문 디자이너까지 고용, 건당 5천·유지보수 3천달러 받아
도박사이트 서버로 국내 기업 기밀 해킹·악성코드로 회원정보도 탈취
북한의 외화벌이 조직이 수천개 불법 도박사이트를 제작해 한국 사이버 범죄 조직에 팔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은 한국인 범죄 조직이 북한의 대남공작 정찰총국 소속인 '경흥정보기술교류사'에 수천개 도박 사이트 제작을 의뢰한 후 이를 판매해 수조원대 수익을 올린 사실을 파악하고 경찰과 실체를 규명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경흥정보기술교류사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개인 비자금을 조달·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조직이다. 국정원은 조직원이 이름, 소속 등 신분을 밝힌 SNS(소셜미디어) 대화와 일감 수주에 활용한 중국인 가장용 위조신분증 사진과 영상까지 확보했다. 이들은 조선족 대북 사업가가 운영하는 단둥시 펑청 소재 '금봉황 복식유한공사'라는 의류공장의 기숙사에서 생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광명 단장 아래 정류성·전권욱 등 15명 조직원이 체계적인 분업 시스템을 갖추고 성인·청소년 대상 도박사이트 등을 제작해 매달 1인당 통상 500달러씩 평양에 상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중국인 브로커를 통하거나 구글·링크드인 등 포털사이트에 노출돼 있는 중국인 신분증에 본인 사진을 합성해 중국인 개발자로 위장한 뒤 텔레그램·위챗·QQ 등 SNS나 '프리랜서'·'업워크' 등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일감을 물색했다. UN 안보리가 북한의 외화벌이를 막기 위해 2017년에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해 북한인 신분으로 일감을 수주할 수 없다 보니 IT업계 종사자 경력증명서를 도용, 박사학위 등을 가진 외국인 행세를 하면서 불법 도박사이트 제작 일을 수주했다.
국정원은 한국과 중국에 비해 불법 도박사이트 제작 비용이 30~50% 저렴하고 한국어 소통이 가능해 한국인 범죄조직들이 북한인임을 알면서도 거래를 이어왔다고 분석했다. 한국 범죄조직은 도박사이트용 서버를 구매해 북한 조직에 제공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북한 조직원들은 불법 도박사이트 제작에 건당 5000달러, 유지보수 명목으로 월 3000달러를 받는 한편 이용자가 늘면 2000~5000달러를 추가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 디자이너를 두고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들어 구매를 유도했다. 도박 사이트를 유지보수하면서 관리자 권한으로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베팅을 자동으로 해주는 '오토 프로그램'에 악성코드를 심어 회원정보도 탈취했다. 이렇게 확보한 성명·연락처·계좌번호 등 한국인 개인정보 1100여건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판매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중국인 명의 은행계좌, 한국인 사이버 도박 조직의 차명계좌, 해외 송금이 용이한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 등을 활용해 대금을 수수하고, 중국 내 은행에서 현금화한 뒤 북한으로 반입했다. 이번에 적발된 조직처럼 해외에서 사이버 도박 프로그램 등을 개발·판매하는 외화벌이 조직원은 수천명에 달하고 대부분 중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최근 사이버 도박 범죄가 사회문제인데 그 배후에 북한이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최초로 공개된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