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LUENCER] 꽉 막힌 하수구 가슴속까지 뚫어드려요

입력: 2024-01-15 18:49 박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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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전문 유튜버 '하수구의 제왕'
일순간 쏟아지는 오물보며 쾌감
하수구 막힘·배관청소 꿀팁 공유
기술자간 팀워크도 관전포인트

꽉 막힌 하수구와 함께 답답한 가슴까지 시원하게 뻥 뚫어주는 한 유튜브 채널이 화제다. '하수구의 제왕'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수구의 제왕은 전국 각지의 막힌 하수구를 뚫는 과정을 보여주며 관련 지식과 정보를 전하는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다. 하수구 청소 전문 업체 '일통배관케어'(대표 어재욱(사진))가 운영하는 이 채널은 흔히 혐오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하수구 뚫기'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끌리는 채널"로 불리며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K-컬처 플랫폼 보이스오브유가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랭킹(IMR) 자료에 따르면, 하수구의 제왕은 2019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2년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하며 그 누구보다 빠르게 '실버 버튼' 채널 대열에 합류했다. 그로부터 1년 뒤에는 20만 명의 고지마저 넘어서며 그야말로 '하수구 유튜브계의 제왕'으로 우뚝 섰다.

현재 보유한 구독자 수는 23만 5000명, 350여 개 동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1억 회를 웃돈다. 대표 영상 '하수구가 와플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630만 회에 달하는 높은 조회 수를 올리고 있다. 채널 내 조회 수 100만 회 이상을 기록한 화제의 영상만 20여 개에 이른다. 그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보이스오브유 선임연구원)는 "중독성 강한 '더티 플레저'(Dirty Pleasure·더러운 영상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를 선사하는 것"을 가장 큰 인기 요소로 꼽는다.

실제로 하수구의 제왕의 영상들은 '묘한 쾌감'과 함께 대리만족을 안겨줘 큰 사랑을 받는다. 마치 공포 영화 속에서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다 일순간에 해소될 때 짜릿함을 느끼듯, 하수구 배관을 꽉 막고 있던 각종 오물이 배관 밖으로 쏟아져 나올 때 알 수 없는 즐거움과 쾌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내가 왜 이 더러운 걸 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묘하게 빠져든다", "하수구 뚫리는 장면에서 속이 다 후련하다", "기분이 상쾌해졌다" 등의 반응이 쏟아진다.

그 누구도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 하수구 막힘과 배관 청소에 관한 살아있는 지식을 아낌없이 공유한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하수구가 막히는 주요 원인부터 배관의 구조와 역학, 막힌 하수구를 뚫는 '꿀팁'까지. 많게는 10년 이상 현장 경험을 가진 배관 전문가들이 직접 알려주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 채널을 즐겨 찾게 된다는 평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일통배관케어 크루(직원)들간의 '환상적 케미와 팀워크'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통한다. 각기 다른 경력과 연령대의 기술자들이 한 팀을 이뤄 배관 청소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직위와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주는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영상마다 "아름다운 팀워크를 보고 있자니 힐링 된다", "서로 존중하고 의견을 나누며 협동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다" 등의 댓글이 남겨져 있다.

하수구 배관 청소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뜨리고 기술자들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데 앞장서는 채널이 되고 싶다는 하수구의 제왕. 이들이 앞으로 또 어떤 눈과 귀를 사로잡는 매력 만점 하수구 영상들을 선보일지 앞으로의 활동에도 거는 기대가 크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