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칼럼] 민심 깨달은 국민의힘, 혁신의 시작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312/2023121502102269061002[1].jpg "[홍성걸 칼럼] 민심 깨달은 국민의힘, 혁신의 시작인가")
국민의힘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얼마 전 용산에서 대통령과 지도부 및 인요한 혁신위원장과의 오찬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장제원 의원의 버스 94대를 동원한 등산회 행사에 이어 인요한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에 임명해 달라는 요청을 김기현 대표가 단칼에 거절했을 때, 국민의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최고조였다. 이준석의 줄곧 신당 창당 주장도 나타나 이대로라면 보수 분열은 필연일 것을 누구나 짐작했다. 총선 패배는 곧 윤석열 정부의 조종(弔鐘)을 의미하니 용산이 그대로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장제원, 김기현 두 의원의 결단은 꼭 필요했다. 그들의 잘못이나 능력과 상관없는 시대적 요구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비대위 구성과 공관위원장 선임 과정이 이어질 것이다. 14일 국민의힘은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비대위 체제로 빨리 지도체제를 구성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한동훈, 원희룡 등 언급되는 윤석열 정부의 장관들은 그 자리에 부적합하다. 그들의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이번 총선을 용산이 주도한다는 것은 중도 확장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누가 됐든 강직한 선비정신을 가지고 중도확장이 가능한 인물이어야 하고, 기성 정치권과 관계가 적고 매우 높은 도덕성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 용산을 비롯한 기득권 계층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곧은 선비정신을 가진 인물이어야 중도 확장이 가능하고, 보수적 가치와 남다른 도덕성을 갖추어야 선출직에 나서는 후보들에게도 동등한 가치와 도덕성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올드 보이'의 귀환이다. 다선 의원에 이미 노인이라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다시 출마하려는 것이 반가울 수만은 없다. 그러나 나이 어리고 초선이라고 해서 그들의 출마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권을 가진 권력자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권력충'(權力蟲)이 얼마나 많은지 유권자들은 잘 알고 있다.
젊은 꼰대들이 다선의원들을 꼰대라고 빈정대는 것도 알고 있고, 너무 오랫동안 권력의 맛에 중독된 86 운동권 세대도 물러날 때가 지났다는 것도 안다. 서산에 걸린 해가 지고 싶어 지는가. 때가 되면 해는 지게 마련이다. 날이 흐리고 비가 쏟아지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해는 짙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때가 지났어도 지지 않으려 버둥거리는 해는 추할 뿐이다.
21대 국회에서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은 소위 '김건희 특검'이라는 민주당의 요구다. 다른 사안과는 달리 집권 여당의 반대는 민주당의 외연 확장을 가능하게 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순간, 이번 선거에 국민의힘은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이미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2년 넘게 수사해도 기소하지 못했으니 문제가 있을 리 없지만,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사건은 문제가 다르다.
이에 대하여는 김 여사의 적극적 해명과 진솔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일가 소유 양평 땅을 매각해 그 차익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함으로써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일반 국민이 자유의사에 따라 권력자를 선택할 수 있고, 한번 선택한 사람이나 정당을 다음 선거에서 다시 바꿀 수도 있다. 국민이 잘 선택하면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이 풍요로움과 행복을 누릴 수 있지만, 잘못 선택하면 공든탑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선거에 이기기 위한 정당과 정치인들의 과도한 경쟁도 불필요한 사업이나 대중영합적 정책을 유발해 미래 세대가 힘들게 갚아야 할 국가부채가 한없이 늘어난다. 그래서 국민은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