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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칼럼] 데이터 갈고닦은 이가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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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ICT과학부장
[안경애 칼럼] 데이터 갈고닦은 이가 승리한다
"우리는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때 그것을 훨씬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 유명 사전출판사 메리엄 웹스터의 편집장은 지난달 말 2023년의 단어를 발표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이 보는 것을 항상 신뢰하지 않는다. 때때로 자신의 눈이나 귀조차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리엄 웹스터가 선정한 2023년 올해의 단어는 '진짜의, 진품의'라는 의미의 단어 '어센틱'(authentic)이다. 이 회사는 단어 조회수, 검색량 증가 정도 등을 토대로 매년 올해의 단어를 선정한다. 올해 유난히 이 단어를 많이 찾아봤다는 것은 가짜가 범람하는 시대에도 사람들이 '진짜'와 '진실'에 대한 갈망을 놓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오늘날 데이터의 신뢰성이 가지는 무게와도 맞닿아 있다. 인류가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문명의 진보를 꾀할수록 데이터의 무게는 더해진다.

인류 문명은 데이터와의 씨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국내외 IT 기업들이 사투를 벌이는 일 중 하나는 '데이터 공장'으로 불리는 데이터센터의 '열 내리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바다에 데이터센터를 담그는 '나틱' 프로젝트를 2015년부터 시도하고 있다. 구글은 서버를 아예 냉각용 특수유에 담그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도 최근 전기가 안 통하는 특수 냉각유에 넣어 서버를 식히는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현재 150곳 정도인 국내 데이터센터는 약 10년 후인 2032년이면 1200여 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지구에 해를 가하지 않는 균형점을 찾는 게 인류의 과제다.

디지털 심화 시대에 데이터가 가공할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DX(디지털전환)부터 AI(인공지능),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이르기까지 최근 핫한 키워드를 관통하는 교집합이 바로 데이터다.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을 통해 곳곳에서 대규모·고밀도 데이터가 쏟아진다. 여기에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디지털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생산·공유되고, 스마트폰, CCTV 등 디지털 기기에서도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인류가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이래로 2000년대 초까지 생산된 데이터의 총량은 약 20엑사바이트였다. 그런데 2020년대 초에는 그 양이 50제타바이트를 넘어섰다. 불과 20여 년 간 생산된 데이터가 이전 5000년간 만들어진 양의 2500배가 넘는 것이다.

'호모 디지쿠스', '호모 프롬프트' 등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가리키는 다양한 신조어가 있지만, 데이터를 잘 다루고 활용하는 이들인 '호모 데이터쿠스'야말로 가장 강력한 신인류라 할 수 있다.

사실 인류는 고대에도 데이터를 쌓고 활용함으로써 지식과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부터 중세 수도원의 필사본, 오늘날의 디지털 저장매체까지 기록과 저장 방식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왔다.

현대 사회에서 달라진 것은 데이터가 즉각 가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의사 결정부터 문제 해결, 혁신 등이 데이터를 통해 이뤄진다. UAM(도심항공교통), 자율주행차, AR(증강현실) 같은 미래 산업을 작동시키는 연료이자 재료도 데이터다.

품질과 다양성, 정확성, 일관성, 신뢰성을 갖춘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은 무서울 게 없다. 써먹을 데 없는, 막상 쓰려고 하면 찾기 힘든, 어디 쓰려고 쌓아뒀는지 모를 데이터를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쌓아두는 기업은 미래가 캄캄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2023 데이터 진흥주간' 행사가 이번 주 열린다. 이런 행사를 통해 앞서가는 호모 데이터쿠스들의 활약상이 공유되고 그 에너지와 열기가 전 사회로 전파됐으면 한다. 전문가들은 2024년은 AI가 기반기술 개발단계를 넘어서서 현장 곳곳에 녹아들어가서 가치를 만드는 'AI 실전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결국 승리는 데이터를 갈고닦은 자가 거머쥘 것이다.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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