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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경제 사령탑` 추경호 떠난다…`상저하고` 못 지켰지만 위기대응 발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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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경제 사령탑` 추경호 떠난다…`상저하고` 못 지켰지만 위기대응 발빨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대화하다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1기 경제팀'을 진두지휘했던 추경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년 7개월여만에 기재부를 떠날 예정이다. 시작부터 6%대 물가를 마주한 추 부총리는 임기 내내 물가 안정에 혼신을 다했지만, 결국 올해 물가 전망치(3.3%) 달성에는 실패할 전망이다. 경기 불황 속에서 '상저하고'를 외쳤지만, 10월 산업활동동향에서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신임 부총리 및 기재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대로 추 부총리는 퇴임할 예정이다. 막판 협상이 한창인 내년도 예산안까지는 추 부총리가 마무리하고, 내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부터는 최 후보자 맡는 타임라인이 유력하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5월 10일 임명됐다. 바로 다음달인 6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6.0%에 달했다.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고 외친 추 부총리는 재계에 "물가 상승을 일으킬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조율에 적극 나섰다. 올해 4월 들어 물가가 3%대로 하락하고, 6~7월에는 물가 목표치에 근접한 2%대 물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8월 들어 다시 물가가 3.4%로 뛰어올랐고, 10월에는 3.8%까지 올랐다. 이상 기온으로 인한 농산물 작황 불안과 국제유가 급등이 주된 요인이었다. 다행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국지전으로 제한되고, 산유국들의 감산도 불확실해지며 국제유가는 최근 안정세를 띄고 있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3.3%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둔화됐다. 다만 여전히 원유값이 지정학적 불안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상저하고'를 본격 언급하기 시작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상반기에는 부진하겠지만, 하반기 들어 반등에 성공할 거라는 관측이었다. 올해 경제성장률로 1.6%를 제시했는데,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기재부와 한국개발연구원, 그리고 국제기구에서 내놓는 성장률 전망이 갈수록 낮아져갔다.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을 1.4%로 낮췄고, 한국은행과 KDI,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같은 수치로 하향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경제성장률은 1.4%도 그쳤다.

세수 예측에 실패하면서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의 '세수펑크'가 발생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지난 9월 세수 재추계 결과 59조 1000억원의 세수 부족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세계잉여금과 기금 여유재원, 불용 등으로 구멍난 세수를 메우겠다고 밝혔지만, 국세수입에 연동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도 약 23조원 펑크가 나면서 지자체들은 대대적인 지방채 발행에 나서게 됐다.


추 부총리는 임기 내내 건전재정을 강조하고,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내년 예산안에서 역대 최저 증가율(2.8%)을 사수했다. 그러나 건전재정의 핵심인 '재정준칙 법제화'는 결국 임기 내에 끝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재정준칙은 나라빚을 일정 수준 이상 늘리지 못하게 제한하는 제도다. 이번 정기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 안건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여야 입장 차이가 커 통과가 어려울 전망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상경제민생회의만 21번을 했는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성과는 찾아보기가 어렵다"며 "추 부총리는 성장률도, 물가도 잡지 못했다"는 신랄한 평가를 내놨다.

다만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위기 대응에는 재빨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발생한 채권시장 혼란을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지원 방안 마련으로 진화했다. 지난 7월 발생한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에도 단호한 안정 메시지를 내 조기 진화에 성공했다. 야당의 거듭된 추경 요구에는 "나를 '추경 불호(不好)'로 불러달라"며 단호히 거절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조직의 수장으로 좋은 인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기재부 차관 출신으로 전문성이 있는데다 현역 2선 의원으로 정치에도 밝아 중심을 잘 잡았던 것 같다"며 "직원들을 격의 없이 대하고 소통 능력이 좋아 그리울 것 같다"고 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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