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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평생 편집자` 김이구가 남긴 유고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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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시간
김이구 지음 / 나의시간 펴냄
[논설실의 서가] `평생 편집자` 김이구가 남긴 유고 에세이
"편집자는 모순된 자리에 있다. 때로는 피할 수 있다 해도, 건축에 관한 책도 다루고 인공지능에 관한 책도 다루고 나긋나긋한 에세이도 다루어야 한다. 다룰 수 있는 것보다 다룰 수 없는 것을 다룰 때가 많다. '그래서' 엉터리 책이 나오고, '그렇지만' 좋은 책이 나온다. 이러한 모순된 존재로서 편집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첫째 '최초의 독자로서 생생하게 읽는' 자신의 체험을 갖고 이를 반영하는 것, 둘째 자신을 믿지 말고 언제나 겸손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본문 중)

저자 김이구는 1980년대 중반 출판사(창비)에 입사한 이래 30여년간 수많은 작가의 책을 편집한 정통 편집자다. 오랜 편집자 경험을 바탕으로 그가 생각하는 편집의 의미와 가치, 편집자의 철학을 풀어가고자 관련 책을 쓰던 중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2017년 타계했다. 그는 작가(저자)들 사이에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어려운 과정을 묵묵히 함께한 든든한 조력자이자 신실한 편집자로 기려지고 있다.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 아동문학평론가로 활동했던 그이지만 그를 수식하는 주된 말은 '평생 편집자'이다. 어디서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성품도 그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뽑는 덕목이기도 하다.


책은 그의 집필 원고 중 일부와 예전에 썼던 글 중 몇 편을 더해 출간한 에세이다. '평생 편집자' 김이구의 일면을 담아낸 '뒤늦은 결실'이라 할 수 있다. '편집자라는 존재'에 대한 허심한 자기 정리는 편집의 기본과 편집자의 덕목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편집에서 간과되기 쉬운 것도 세심하게 다뤘다. 백낙청 평론가의 원고를 다듬는 초년병 시절의 추억, 계간 '창작과비평'을 만들면서 공선옥 작가의 작품을 발굴한 사연, 웃음을 자아내는 오탈자 이야기, 책 제목이 바뀌어 출간된 공지영의 소설집 등 편집 과정에서 빚어졌던 다양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미완의 안타까움이 크지만 그가 쌓아온 시간과 그 존재감이 묵직한 무게로 남아있는 책이다. 시간의 간극을 넘는 귀한 읽을거리로 손색이 없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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