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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 밑 파보니 5만원권 수두룩… 탈세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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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에서 나왔습니다. 선생님 여기 사시는 거 다 알아요."

"보세요. 금고 안에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국세청 직원들이 금고 밑을 파자 5만원권이 끝도없이 쏟아져 나왔다. 고액 체납자가 실거주하고 있는 가족 명의 아파트를 국세청이 급습하자 문을 열지 않고 버티면서 황급히 금고 안에 있던 현금을 숨겨놓은 것이다. 이 집에서 발견된 현금과 귀금속 등은 모두 6억원가량. 식품업체를 운영하면서 십수억의 세금을 체납한 A씨는 폐업신고를 하고 재산을 은닉하다 덜미가 잡혔다.

인력 공급업체 7곳을 차명으로 운영하던 고액 체납자 B씨는 국세청 수색이 들어오자 욕설과 협박, 심지어 자해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30억 이상을 체납한 B씨는 함께 출동한 경찰과 거친 몸싸움을 벌이며 추징을 막으려 했지만 결국 금고에 은닉한 현금 1억원이 징수됐다.

국세청은 28일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562명에 대해 집중 추적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납부 능력이 있지만 교묘한 수법으로 재산을 숨겨 세금 납부를 회피하고 호화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추적조사는 △특수관계인 명의를 이용해 재산을 부당하게 이전한 체납자 224명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 237명 △1인 미디어 운영자 및 전문직 종사 체납자 101명 등에 대해 실시된다.

유튜버와 BJ, 인플루언서 등 신종 고소득자의 체납 사례도 속속 적발되고 있다. 이번 추적조사에서만 25명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먹방 유튜버 C씨는 매년 5~10억원의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소득세 수억원을 내지 않은 상습 체납자다. 그는 구글에서 받은 달러화를 친인척 명의 계좌로 이체하는 등 재산을 숨기고, 본인은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영위했다. 국세청은 C씨와 친인척 계좌에 대한 조회를 실시하고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세금 추징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가상자산으로 바꿔 숨겼던 휴대폰 판매업자 D씨도 국세청의 추적을 피해가진 못했다. 국세청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D씨가 보유한 가상자산 내역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강제징수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다만 징수법상 가상자산을 이용·관리하는 법령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 국세청이 직접 체납자의 가상자산을 현금화해서 세금을 받아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영상 국세청 징세과장은 "가상자산을 압류하면 그 자산과 연결된 원화 계좌까지 한번에 동결이 되면서 거래 자체가 막히게 된다"며 "최근 가상자산 시황이 좋은 관계로 체납자가 알아서 현금화해서 납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가 아닌 해외 거래소에 보관한 가상자산은 아직 정보 추적이 어려운 실정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가 간 정보 교환 협정이 진행 중으로 오는 2025~2027년쯤 추적 조사가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고액체납자에 대한 재산추적조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해 올해 상반기에만 1조5457억원의 체납액을 현금과 채권 등으로 확보했다. 아울러 은닉재산 환수를 위해 424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악성 체납자 253명에 대해서는 형사고발도 실시했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앞으로도 국세청은 납부의무를 회피하는 지능적 고액체납자에 대해 숨긴 재산을 끝까지 징수하는 한편,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서는 압류·매각 유예 등 세정 지원도 적극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금고 밑 파보니 5만원권 수두룩… 탈세 백태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금고 밑 파보니 5만원권 수두룩… 탈세 백태
세금납부를 회피하고 호화생활을 누린 고소득 유튜버 사례. [국세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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