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까지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인허가 실적이 가장 높았던 시기와 비교하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2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해 1~9월 주택건설 누적 인허가 실적은 130만8268호로 집계됐다. 3분기 누적 기준 지난 2010년(78만8706호)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10년 중 인허가가 가장 많았던 2015년(277만3011호)와 비교하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주택 인허가 실적은 향후 2~3년 뒤 주택공급으로 이어지는 선행지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이 급락하자 인허가 실적도 급감했고, 시장이 살아나면서 다시 늘어났다.
주택시장 활황기에 접어들었던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주택공급 실적은 매년 증가했다. 2020년 143만2949호였던 인허가 실적(3분기 기준)은 △2021년 170만7698호 △2022년 187만5196호 등으로 늘었다.
하지만 올해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시장 침체, 건설업계 유동성 악화 등으로 4년 만에 인허가 실적이 급감했다. 정부가 올해 초 건설업계 활성화를 위한 금융지원방안까지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수익성 부족과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신규 사업을 꺼리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청약 시장은 다소 살아났지만, 지방은 여전히 최악인 상황"이라며 "지금 주택사업을 시작하려는 사업자도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금융권에서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대출이 반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을 중심으로 인허가 실적이 급감하면서 공공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앞서 인허가 실적이 줄어들 때마다 주택공급 부족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갔던 만큼, 공공이 나서 적정 수준의 공급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실효성 있는 PF보증 확대와 장기적인 주택공급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미 시장 악화로 정부가 발표한 270만호 공급계획이 삐걱이고 있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무작정 PF보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수요와 사업성을 분석해 필요한 곳에 더 많은 지원을 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또 정권이나 시장 상황에 동요하지 않는 수준의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남석기자 kn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