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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현의 정책톡톡] “야근 너무 많아요”...‘연내 증후군’ 시달리는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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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현의 정책톡톡] “야근 너무 많아요”...‘연내 증후군’ 시달리는 공정위
지난 9월 14일 세종 정부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취임 1주년 간담회를 하고 있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 제공]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건 하나만 종일 붙들고 있습니다. 무조건 '연내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해야 하니 야근도 불사해야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연내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LH 발주 아파트의 감리용역 입찰 담합부터 통신 3사 판매 장려금, 은행권 담보대출 등과 관련한 담합 조사와 쿠팡 자사우대 사건 등을 올해 내에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마감 기한은 올해 마지막 영업일인 12월 29일입니다. 이런 데드라인이 정해진 이유는 간단한데,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9월 기자간담회와 10월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연내 조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사실 4급 이상 공무원에게는 포괄임금제가 적용돼 야근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데, 그럼에도 촉박한 마감기한에 쫓겨 연장근로를 반복하고 있는 겁니다.

이들 조사는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카르텔 혁파'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른바 'V 관심사안'인 만큼, 1년가량 걸리는 여타 공정위 사건과 다르게 속도감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한 위원장이 강조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공정위는 이들 사건에 대해 연내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할 계획입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 격인 문서로, 해당 사건의 혐의 사실부터 과징금 규모, 고발 검토 여부까지 모두 담겨있습니다. 이어 전원회의나 소회의 등을 통해 법리를 다퉈 제재 수위를 결정하고, 의결서를 발송하면 사건이 종료됩니다.
조사 라인 뿐만 아니라 정책 라인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0월 국감에서 쿠팡 등 외국인 동일인 지정 제도와 관련해 "'올해 말'까지 규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상호출자제한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쿠팡은 현재 동일인이 법인으로 지정돼 있는데, 미국 국적인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법적 근거가 없어서입니다. 다만 외국인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 미국 등과의 통상 마찰 우려도 있어, 공정위 혼자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 등과 공조가 필수적입니다.

민생과 밀접한 사안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에 속도를 내는게 바람직하다는 시선도 있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전원회의에 가면 피심인측 로펌 변호인들이 혐의 사실을 부정하는 논리를 확실히 방어할 필요가 있다"며 "핵심이 되는 혐의가 무너지면 '앙꼬빠진 찐빵'이 되버리기도 하는데, 좀 더 면밀하게 심사보고서를 작성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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