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반도체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속속 나오면서 본격적인 반등이 언제쯤 시작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반도체발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아직은 이르다' 였다.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동시에 살아나고 있는 점은 분명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4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반도체 생산 지수는 142.9(원지수·2020년=100)로 1년 전보다 8.3% 상승했다. 반도체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증가한 것은 작년 7월(14.9%) 이후 13개월 만이다.
기획재정부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촉발된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같은 고성능 반도체 수요 확대 전망이 반도체와 기계 장비 생산에 영향을 주면서 산업 생산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수출도 작년 8월 이후 14개월 만에 반등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99억3600만달러로 작년 10월(92억달러) 이후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8월(85억5900만달러)과 비교했을 때 한 달만에 14억달러 가까이 수출액이 급증했다.
반도체는 2021년까지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이를 만큼 국가 경제를 이끄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했고, 그 결과 지난 8월 반도체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5%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다 글로벌 고대역폭 메모리(HBM) 열풍이 불어오면서 지난달 비중이 18.2%로 다시 높아졌다. 무역수지는 37억달러 흑자로 최근 2년 내 최대 실적이다.
이런 와중에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까지 멈추면서 본격적인 '슈퍼사이클' 초입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기대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PC향 범용 D램의 평균 고정거래가격 하락세가 6개월 만에 멈췄다. 4분기에는 D램 가격이 전 분기와 비교해 최대 8%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적극적인 감산 정책과 PC제조사 등 주요 수요처의 재고 감소가 맞물리면서 '공급과잉'에서 '공급부족'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반도체발 수출 반등을 기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늦어도 11월에는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고,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녹록지 않은 대외 여건 속에서도 개선 흐름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반도체발 수출 반등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저점을 확인하는 단계라고 봐야할 것"이라며 "다만 고금리와 경기 둔화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불안요인"이라고 말했다.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업계의 감산이 한 번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단기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감산의 직접적인 효과가 발생하기까지 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면, 본격적인 수요 회복은 아직 좀 힘들겠지만 감산 효과는 4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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