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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객관적 데이터없이 `친환경` 위장… 가면 쓴 `그린워싱`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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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오염소재 텀블러 제작
매시즌 불필요한 MD 구매 조장
LH '국민안전강화' 명시해놓고
지하주차장 철근누락으로 논란
공정위,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
전문가 "명확한 검증기준 필요"
[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객관적 데이터없이 `친환경` 위장… 가면 쓴 `그린워싱` 이제 그만


단순 데이터 넘어 기업가치 제고하는 ESG

"스타벅스에서 이번에는 디즈니와 콜라보 상품을 판매한다고 해서 보러 왔습니다. 매년 나오는 크리스마스 기획 텀블러도 기다려집니다. 예뻐서 사다 보니 세보지는 않았지만, 8~9개 정도의 텀블러가 집에 있어요." 최근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 박모씨(30)는 텀블러, 스노우 글로브 등 스타벅스와 디즈니의 협업 기획상품(MD)을 구매하며 이같이 말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19일부터 디즈니 캐릭터가 등장하는 상품들을 한정 기간만 판매 중이다.

종이빨대와 나무스틱을 도입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스타벅스는 매 시즌마다 이처럼 텀블러 기획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쓰지도 않는 텀블러를 모으겠다며 몰려들었고, 진열대 앞에는 보온병, 머그잔 세트, 장갑 세트 등 디즈니 협업 상품을 보기 위한 사람들도 북적였다. 온라인 스토어에는 디즈니 보온병과 텀블러 등 4개 상품을 제외하고 모두 일시 품절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스타벅스의 이 같은 마케팅을 대표적인 '그린워싱'(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표시·광고하는 행위) 사례로 꼽고 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계속 새로운 텀블러를 사도록 조장하는 것 자체가 그린워싱"이라며 "스타벅스 텀블러는 브래드 가치 때문에 인기가 많은데 시즌별로 특별한 텀블러를 만들어내며 필요 없는 상품을 계속 소비하게 하는 마케팅에 대해선 소비자들도 문제의식을 크게 못 느낀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매장에 내놓는 MD는 연평균 500여종에 달한다. MD 상품 중 대다수 텀블러는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프로필렌로 만드는 만큼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폴리프로필렌이 썩기까지는 통상 최소 450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MD 마케팅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해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책임의 진정성까지 의심받는 것이다.

박 팀장은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생산부터 끝단까지의 책임과 순환을 잘 고민하고 있느냐', '그 고민으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선택들을 지속해서 내리고 있느냐'가 그린워싱의 판단 기준점이 될 것 같다"며 "소비자들이 기업 이미지나 환경을 위한 그럴듯한 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정부의 제도적인 안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스타벅스만의 일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0년 12월 실제 시험결과보다 창호의 에너지 절감률과 절감비용 등을 과장한 KCC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징금을 부과했고, 2019년에는 김치냉장고의 김치통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직접 인증받지 않았음에도 인증을 받은 것처럼 광고한 LG전자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했다.

2017년 배출가스 기준을 조작해 마치 '유로-5' 기준을 충족하는 친환경 차량인 것처럼 광고한 아우디폭스바겐의 사례 역시 유명하다.

공정위는 이처럼 소비자를 기만하는 '그린워싱' 마케팅을 막기 위해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을 개정해 이달 1일부터 시행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에서 상품의 생애주기 전 과정을 고려할 때 환경성 개선 효과가 상쇄되거나 오히려 감소한 경우 '친환경'인 것처럼 표시·광고하지 않도록 원칙을 규정했다. 이어 소비자들의 구매·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누락하거나 은폐하면 안된다는 완전성 원칙도 신설했다. 해당 지침을 위반하는 기업은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는다.
기업들의 이 같은 위장 이미지 마케팅은 '그린워싱' 뿐 아니라 ESG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철근 누락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번 사건으로 LH는 지난해 발간한 ESG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국민안전 강화'를 명시해 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은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향후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면 공시위반에 따른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LH의 전관예우 역시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이란 큰 틀의 사회적 가치 추구인 ESG 관점에서 벗어난다.

이용기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영그룹은 '사랑으로'라는 브랜드를 쓰면서도 임대아파트 부실공사와 높은 임대료 부과로 아파트 거주자들의 원성을 샀다"며 "이는 겉으로만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면서 소비자를 오도하는 기만적인 그린워싱 마케팅 속임수로, LH를 포함해 무책임한 건설사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업은 자신의 제품이 친환경이라는 애매모호한 주장을 하지 말고, 제품의 원산지나 제3자 검증 등과 같은 강력한 리뷰를 제시해야 한다"며 "친환경을 주장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데이터를 이용한 증거를 사용해야 하고, 달성하지 못할 계획은 발표하거나 약속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그린워싱 과장광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한 것처럼, 위장 ESG를 막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와 명확한 검증 기준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달하고자 하는 친환경 메시지가 데이터 등의 과학적 근거를 갖도록 해야 향후 그린워싱과 법적 소송 등의 부정적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ESG가 이제는 단순히 보고서상 데이터가 아니라 기업의 가치와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며 "결국 '데이터가 맞냐, 틀리냐'는 법적인 이슈로 연결돼 정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기업의 가치를 손상해 소송 이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금융위원회와 회계기준원에서 2025년부터 단계적 시행을 목표로 ESG 공시제도 이행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이미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문제로 보고 있어 자칫 외국에서 소송을 당할 경우에 국내 기업들이 흔들릴 수 있는 금액까지 지불해야 해 진정성 있는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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