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특정 외국인 선수를 언급하며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울산 현대 소속 선수들에게 제재금 1500만원과 1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내려졌다. 40년 K리그 사상 최초로 인종차별로 물의를 빚어 선수가 징계를 받은 것이다. 이들은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2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울산 소속 이명재, 이규성, 박용우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
지난 11일 이명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이규성, 정승현 등이 댓글로 대화를 이어가던 중 전북 현대에서 뛴 태국 선수 사살락 하이프라콘이 뜬금없이 등장했다. 축구 팬들은 사살락의 실명이 등장한 게 이명재의 피부색이 까무잡잡하다는 이유로 선수들끼리 서로 놀리는 과정에서 나왔다며 인종차별적 언사라고 비판했다. 팀 매니저까지 '사살락 슈퍼태킁(태클)'이라고 쓴 가운데 울산 구성원들이 외국 선수를 겨냥해 서로 놀리는 과정에서 조롱조 발언을 한 터라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이명재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고, 대화에 등장한 박용우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팀 동료의 플레이스타일, 외양을 빗대어 말한 제 경솔한 언행으로 상처받았을 사살락 선수 그리고 모든 팬, 주변인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사과의 글을 남겼다.
프로연맹 규정에 따르면 인종차별적 언동을 한 선수는 1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 1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연맹은 "선수들이 특정 인종이나 개인을 비하, 모욕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건 아니지만, 피부색과 외모 등 인종적 특성으로 사람을 구분하거나 농담 소재로 삼는 행동 역시 인종차별이나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있는데도 이를 벗어난 수준의 징계를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 '솜방망이'라는 비난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날 경위를 소명하기 위해 상벌위에 출석한 선수들을 대표해 취재진 앞에 선 박용우는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용우는 "이번 일로 인해 정말 많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언행을 신중히 하고 조심하겠다"고 했다.
연맹은 울산 구단에는 선수단의 관리 책임을 물어 제재금 3000만원을 부과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 선수단을 대상으로 교육과 인권의식 강화에 보다 적극 나설 계획이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