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동포 만세!", 대환영 받은 하와이 학생방문단](http://contents.dt.co.kr/images/202306/2023062202102269061001[1].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동포 만세!\", 대환영 받은 하와이 학생방문단")
교원 포함 25명 하와이 태생, 환영 인파에 감격
음악회 열고 야구·배구 등 스포츠 행사 갖기도
100년 전 하와이 동포 학생들이 고국을 방문했다. 공부할 학교를 짓는데 필요한 돈을 모금하기 위해서였다. 고국의 정(情)은 진했다. 대부분 하와이에서 태어난 이들은 가는 곳마다 대환영을 받았다. 전국에서 "하와이 동포 만세"라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부모의 발자취를 거슬러 찾아온 '연어의 귀환'에 모든 조선 사람들이 한 몸이 됐다.
1923년 2월 2일자 동아일보에 '포와(布와, 하와이) 학생단 6월 중순에 고국 방문'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태평양 가운데 있는 하와이 섬에는 수십여 년 전부터 우리의 형제가 건너가서 갖은 고통과 무쌍(無雙)한 설움을 받아가면서 굳은 마음과 뜨거운 정성으로 새로운 천지를 개척해 가는 터인데 (중략) 생활이 궁하고 힘이 따르지 못하나 간신히 기독교학원이란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어린아이들을 가르쳐오나, 범위는 넓지 못하고 배우려는 학생의 수효는 점점 늘어가서 도무지 수용할 수 없게 됨에 (중략) 기독교학원 남녀 학생 고국방문단을 조직해 가지고 오는 6월 중순에 하와이를 떠나 왕반(往返, 왕복)에 대략 두 달 반 예정으로 남녀 학생과 교원 4명을 합하여 대략 25명이 고국을 방문할 터이라는데, 조선까지 오는 선비(船費) 4천원가량을 고국 동포가 선대(先貸)해 주기를 바라며 또는 조선에 유숙하는 비용 등 기타 모든 것을 담보해 주기를 바란다 하며, 연예(演藝)로 말하면 남녀 학생의 음악, 연극, 야구, 축구 등이라더라."
계속해서 신문에는 1년 전 10월에 상업 대표로 하와이를 방문했던 동양물산 상무 김윤수(金潤秀) 씨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고국을 방문한다는 기독학원 학생들은 하와이에서 태어나서 하와이에서 자란 사람들이기 때문에 고국의 산천이 어떠한지는 고사하고 모래 하나 흙 하나가 어떠한 지를 몰라서 서로 모여 앉으면 천진난만한 그들의 입으로 '우리가 조선 사람이라는데 조선이 어떻게 생겼을까? 산은 어떻고 물은 어떠하며 어떤 나무가 자라고 어떤 풀이 날까'하며 고국 강산을 그리워 한다는 말을 듣고는 그저 부지(不知) 중 까닭 모르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동포 만세!", 대환영 받은 하와이 학생방문단](http://contents.dt.co.kr/images/202306/2023062202102269061001[2].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동포 만세!\", 대환영 받은 하와이 학생방문단")
이에 고국의 동포들은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1923년 2월 12일자 동아일보에 '하와이의 학생단을 환영하고자 각 사회 유지의 환영 기관 조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있다. "2월 10일 오후 3시 종로 청년회관에 각 사회 유지 약 40명의 회동이 있었는데 이상재(李商在) 씨를 석장(席長)으로 추천하고 (중략) 먼저 널리 경향 각 처 유지의 찬조를 구하여 학생단 일행이 건너올 노비(路費)를 판비(辦備; 변통해 준비함)해 보내기로 일치되었더라."
곧 이들의 구체적인 방문 일정에 대한 소식이 들려온다. 1923년 6월 20일자 동아일보 기사다. "하와이 학생의 고국 방문단은 그동안 출발할 준비를 마치고 오늘 20일 태평양 기선회사의 상선(商船) 링큰호(號)로 호놀룰루를 떠나서 30일 요코하마(橫濱)에 도착한다는 기별이 경성의 환영회 사무소에 도달하였으므로, 7월 2~3일경에는 경성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일행은 총 24명으로 남학생 11명, 여학생 7명, 연극원 3명 중 남자 선생이 2명, 여자 간호원이 2명이라 하며, 민찬호(閔瓚鎬), 김영우(金永佑) 두 분이 선생으로 거느리고 오기로 결정하였고, 조선 각 주요 지방을 돌아서 8월 하순에 다시 하와이로 돌아갈 터이다."
6월 20일 호놀룰루를 떠나 30일 오전 6시 반에 무사히 요코하마에 도착한 하와이 학생단은 현해탄을 건너 부산에 상륙한 후, 2일 아침 열차로 경성을 향했다. "더욱이 천진난만한 처녀들은 '여기가 조선이라는 말'을 몇 번씩 되씹으며 진정으로 기쁨을 못 이기는 듯 하였다. 단원 중 처음으로 조선 땅을 밟는다는 금년 15세의 어여쁜 처녀는 '조선 사람으로서 조선 땅을 처음 밟게 되니 우리는 얼마나 눈물과 감격에 넘친 눈으로 이 산천을 바라보겠습니까. 흙덩이 하나라도 키쓰를 하고 싶습니다'하고 감상을 말하였으며, 그 뒤를 이어서 단장 민찬호 씨는 말하되, '18년 만에 본국에 들어오니 기쁨과 감격이 가슴에 가득 차서 도저히 무엇이라고 형언할 수가 없습니다. 차차 생각나는 대로 말씀 하지요'하는데 그의 얼굴에는 역시 기쁜 빛이 넘쳐 있더라." (1923년 7월 3일자 동아일보)
하와이 학생단이 경성에 들어온 후에는 여러 가지 희비극이 있었다. 첫날 여장을 푼 곳에 40대 중반의 남자가 찾아와 단원 중 '류스산나'라는 여학생을 찾았다. 한 여학생을 찾아내고는 "내가 너의 큰아비다"라며 눈물을 쏟았다. 함께 온 큰어머니와 사촌 여동생도 함께 울었다.
하와이 고국방문단은 전국을 돌며 동포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그들은 음악회를 열고 야구, 배구 등 다양한 스포츠행사를 가졌다. 이들은 피아노와 플루트, 기타 연주는 물론 운동도 잘하는 학생들이었다. "이번에 모국을 방문하게 된 큰 원인은 학교 건축비 3만원을 모국에서 얻어 가고자 하는 데 있는 것인데 각 방면의 따뜻한 동정이 지금 답지하는 중, 지난 6일 휘문고등보통학교를 방문했을 때에 민영휘(閔泳徽)씨는 현금 2천원을 기부하였으며, 하와이 학생단 여자 감독 김(金)노듸 양은 '저희들은 결코 맛있는 음식을 먹기만 위하여 온 것이 아니 올시다. 각처에서 쏟아지는 초대석에 나갈 때마다 가슴에 넘치는 감격한 생각이 나는 한편에 이 비용을 현금으로 주셨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외람된 생각이 간절하였다'고 말했다. 이에 어제 7일 밤 윤치호(尹致昊) 씨가 초대하는 만찬회는 취소되고 그 대금을 기부케 되었다." (1923년 7월 8일자 동아일보)
하와이 고국 방문단의 단장을 맡은 민찬호 씨와 김노듸 양은 훗날 모두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되었다. 현재 하와이 호놀룰루시 오아후 공동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이때 모금한 기부금으로 하와이에 한인기독학원이 세워졌다. 1952년 인천에 인하공과대학이 설립될 때 하와이 교민들은 한인기독학원 부지 매각 대금을 희사했다. 그래서 인하대학교의 이름은 인천의 '인'(仁)과 하와이의 '하'(荷)에서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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