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한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 '불용(不用)' 카드를 기획재정부가 꺼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21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 펑크 상황을 예산 불용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불용은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행위다. 세수 호황기에는 어쩔 수 없이 집행하지 못한 사업을 말하지만, 세수가 부족할 땐 얘기가 다르다. 세출을 인위적으로 줄여 세수 펑크를 막는 것이다. 현재 예상되는 세수 부족 수준은 이미 30조원에 육박한다. 결손은 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 기업 실적 부진이 함께 맞물리면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진행되면서 하반기에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은 갈수록 세수 손실이 더 커질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물론 세입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출을 원래 계획대로 집행하려면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미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당연히 기재부는 세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빚을 끌어와 기존 지출 계획을 유지하는 방안을 거부하는 입장이다. 결국 해결책은 지출을 줄이는 것, 즉 불용이나 지출 구조조정 밖에 없다. 세수 부족 상황을 행정부가 불용이라는 방식을 동원해 대응한다면 2013·2014년 이후 근 10년 만이다. 문제는 불용 예산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불용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점에서 타격이 크다. 그나마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정부지출을 확 줄여버리면 올해 하반기 한국경제에는 비상등이 켜지게 된다. 정부 전망치인 1% 중반대의 성장률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예산 불용이라는 극약처방보다는 최대한 낭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게 낫다. 불용 예산은 최소화하면서 예산 집행을 적재적소에 하는 것이다. 특히 민생예산은 차질없이 집행해야 한다. 규제를 걷어내어 기업들을 다시 뛰게하는 것도 급선무다. 이를 통해 투자의 불씨가 살아나면 세수는 더 늘어난다. 쓸 데는 써야지 경제가 돌아간다. 세수 부족이 우려된다고 예정했던 예산 사업을 무조건 줄이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예산이 허투루 쓰여지는 일이 없도록 강력한 지출구조 혁신을 하는 게 우선이다.
![[사설] 세수 펑크, `예산불용` 극처방보다 낭비 줄이고 효율 높이라](//contents.dt.co.kr/images/202305/2023052202102369061001[1].jpg "[사설] 세수 펑크, `예산불용` 극처방보다 낭비 줄이고 효율 높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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