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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진화 나선 스위스중앙은행… CS에 70조 긴급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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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시그니처 파산 CS로 번져
스타트업 위주 SVB와 다르게
세계 은행과 긴밀히 얽혀 있어
경영난 사태, 제2 리먼 우려 커
불길 진화 나선 스위스중앙은행… CS에 70조 긴급 대출
연합뉴스



스위스의 대형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글로벌 금융 시장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은행으로 위기가 가시화될 경우 미국의 중소 규모 특수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나 시그니처은행의 파산과는 그 파장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클 것으로 우려된다.

◇재무보고서 결함이 촉발…스위스중앙은행 개입= SVB 사태로 시장이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크레디트스위스가 지난 14일 발표한 재무보고서에서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는 한차례 연기 뒤 발표한 2022년 연례 보고서에서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오점'(material misstatement)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재무제표를 감사한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은행의 재무회계 내부통제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표명했다. 다만 은행이 재무 상황에 대해 "모든 중요한 측면에서 정직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9.88%의 지분을 가진 크레디트스위스의 최대 주주 사우디국립은행의 쿠다이리 총재가 "크레디트스위스에 추가 재정지원을 하겠느냐"는 언론 질문에 "절대 아니다"라고 못박으면서 위기감이 심화했다.

이날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장중 한때 30% 가까이 폭락했다. 유럽 시장에서 이틀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며 주가는 1980년대 수준까지 회귀했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ADR)도 20% 이상 폭락했다. 유럽 주요 은행들도 유탄을 맞았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럴(SG)과 BNP파리바, 스페인 방코데사바델 등이 모두 두 자릿수 하락했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도 거의 10% 떨어졌다.

스위스국립은행(SNB)과 금융감독청(FINMA)은 15일 공동 성명을 내고 "미국 은행 시장의 혼란이 스위스 금융권으로 번질 위험 징후는 없다"면서 "크레디트스위스는 은행의 자본 및 유동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스위스국립은행은 "필요한 경우 크레디트스위스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구제금융 투입 의사를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스위스국립은행으로부터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원)을 대출받아 유동성을 강화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대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000억원) 규모의 선순위 채무증권 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러한 추가적 유동성은 크레디트스위스의 핵심 사업과 고객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리먼 되나'= 시장에서는 2008년 세계 빅5 IB(투자은행)였던 리먼 브러더스의 붕괴와 같은 상황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SVB와는 달리 국제적인 영업망을 갖추고 금융 시스템 내 상호연계성이 높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대형 은행이기 때문이다. 167년 역사를 가진 크레디트스위스는 자산 규모가 약 5000억달러(약 656조원), 전 세계 직원 수가 5만명에 이르는 글로벌 IB로 금융계에서 '세계 일류 IB'를 일컫는 벌지 브래킷(Bulge Bracket)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선정하는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 30곳에도 거의 매년 포함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리먼 파산 사태때 영국의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가 치솟은 것처럼 유동성 경색으로 인한 금융권 위기가 될 가능성은 있다"면서 "이 정도 대형 은행이 무너지면 시장에 예상보다 훨씬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2년 넘게 이어진 위기설=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는 이미 재작년부터 시작됐다. 2021년 영국 그린실 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의 여파로 지난 5개 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아케고스 캐피털 손실은 55억달러(7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분기엔 13억9000만 스위스프랑(약 1조9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4분기 고객 자금 유출 규모는1230억 스위스프랑(170조원)이 넘는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21년 아케고스 파산에 따른 손실을 인식한데다 지난해 자금세탁 혐의와 고객정보 유출사고 , 과징금 등 스캔들이 있었고, 유가증권 운용, IB관련 업무에서 손실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라며 "이자이익이 정체되는 가운데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손실이 누적되면서 2021년 4분기 이후 매 분기 적자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승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붕괴 시 미국 지방은행 파산에 비견될 수 없는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면서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스위스 최대 상업은행 UBS보다는 유동성, 자본 등 측면에서 훨씬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2022년말 기준 14.1%,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144%로 양호하다는 것이다. 이날 크레디트스위스의 5년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은 983.66으로 102% 올랐다. CDS프리미엄이 높을수록 시장 참여자들이 부도 위험이 크다고 평가한다는 뜻이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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