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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여의도·용산 아노미정치… `가치`야, 네가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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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의존 심화 양당, '적대적 공생' 끝판왕
극성팬덤·기득권세력 전체주의로 내부 곪아
친명계·개딸 "수박 색출"에 비명계 "나치시대"
"전체주의" 남말한 與는? 공천 혈안된 패거리정치
反지성, 보편가치 외면…新관치에 이승만 수난사
[한기호의 정치박박] 여의도·용산 아노미정치… `가치`야, 네가 고생이 많다
올해 2~3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내 걸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쟁성 현수막. 현수막 주인 정당이 어느 쪽인지 바로 알아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상대당의 치부를 들추는 내용과 당색에 대부분 공간을 할애한 모습이다.<한기호 기자>



최근 거대양당의 '적대적 공생' 정치가 소위 '끝판왕'에 이르고 있다. 모든 행위·선택의 근거를 스스로에게서 찾는 법 없이, '적대세력과의 정쟁' 또는 '주류가 비주류를 적(敵)과 동치시키는' 음모론적 선전에 의존한다. 양당이 국회 인근을 비롯해 내 거는 현수막만 봐도, 선뜻 주인을 알기 어려울 지경이다. 자기 당의 것인지 알 만한 색깔과 당명은 손톱만큼 할애하고, 8할의 공간은 상대정당 지도층의 흠결과 당색으로 메운다.

내부도 잔뜩 곪았다. 팬덤에서 비롯됐든 제도권 기득권자들이 직접 뛰어들었든 '집단 폭력'이 비일비재하다. 집단, 획일, 전체주의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민주' 간판을 떼야 하고, 국민의힘은 지도부 경선을 치른다면서 선의의 '경쟁'을 말살하니 '자유'를 금기어로 찍어줘야 할 판이다. 흡사 아노미(Anomie) 상태다. 아노미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켐이 제시한 개념으로 '행위를 규제하는 공통 가치나 도덕 기준이 없는 혼돈 상태'를 뜻한다.

지난달 27일 지자체장 시절 비리 혐의를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기묘하게 '찬성 다수 부결'된 뒤 제1야당은 대혼돈이다. 범(汎)민주당 175석 중 적어도 31명 이상 이탈표가 나왔단 충격에, 친명(親이재명)계와 '개딸'이란 이재명 팬덤에선 "배신자" "수박" 색출에 나서 파장이 크다. 팬덤 내에선 공천 살생부부터 살포하며 '배신자가 아님을 증명하라'는 압박전을 벌이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이름까지 타겟으로 공공연히 거론된다.

'대장동 개발' 문제제기를 했던 이낙연 전 당대표에 대한 '제명' 청원 동의가 5만을 넘어 당 지도부의 답변을 기다리는 단계가 됐다고도 한다. 당 정치혁신위원회는 총선을 앞두고 당무감사에 '권리당원 여론조사'와 '당무 기여 활동' 평가를 반영하는 안을 추진, 강성팬덤과 지도부 입맛에 최대한 맞추려 한다.

비명(非明)계에선 "나치 시대"냐는 비명이 나온다. '불체포특권 포기 공약 파기' 등 상식적 논제는 떠오르지도 못할 만큼 질적 저하가 심각하다.

이 와중 국민의힘 지도부는 연일 '개딸 팬덤'과 공천 영향력 행사 의혹을 비판, 이재명 당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원내 논평에선 "공당인 민주당에서 정당이 민주성은 사라지고 전체주의적 발상과 폭력성만 노정돼 유감"이라고 했던가. 일견 '민주당 걱정'을 앞세우지만 세간의 눈초리를 야당으로 돌리려는 시도일 뿐,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한 이야기다. 전당대회는 권력발(發) 찍어내기로 시작해,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형해화하며 사실상 '당대표 임명제'로 내달려왔다.

당대표 출마 예상자를 찍어내려 대통령실 익명 참모들이 정당인을 비난하고, '윤핵관 대표' 정치인은 "개인의 욕망이 전체의 이익에 해가 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며 함께 좌표를 찍었다. 본선 아닌 공천에 목숨 거는 양지(陽地)의 초선의원 50명이 극언 투성이 연판장에 연명해 '집단린치'했다. 당대표 후보 등록 전이나 후나 반복되는 행태다. 다음 타겟엔 '간첩·공산주의자·국정운영의 적'이라 들씌우고, 당사자가 반발하니 재선의원 집단성명으로 "네거티브"라며 입을 막았다.

이들은 "김기현 당대표 후보뿐 아니라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후보"라고 비호 대상까지 직접 밝혔다. 2007년 '박맹우 울산시' 시절 KTX 울산역 연결도로 노선이 돌연 김 후보의 1998년 매입 맹지를 지나도록 계획이 바뀐 이유와 매도호가를 불문에 부치려는 시세차익 의혹, 장 후보가 8년 전 출판한 웹소설에 내 여성 연예인들의 실명(實名)과 외설적 묘사를 정식 사과하지 않은 문제 등. 육하원칙없는 "민주당 2중대" "100% 판타지" 타령 무마 시도에 집단권력이 또 가세했다.

'재벌개혁·경제민주화·보편증세' 레토릭에 천착해 자당 대통령을 들이받는 데서 출발한 자칭 개혁보수계는 차치하더라도, 비판자라면 누구든 '이재명·이준석'과 동치시켜버리는 반(反)지성없이 선거캠페인을 못 한다. 똑같이 과거를 따지자면 '대통령 탄핵 찬동'은 물론 '유승민·이준석의 길'까지 앞장서 걷던 장본인들의 만행이다. 김장·만찬·연포탕·정체성 타령 외 컨텐츠가 기억에 남지 않고, '자유·공정·상식' 등 가치를 따랐다면 애초 있을 수 없었을 일만 벌인다.


여권 주류가 가치에 무관심하단 정황은 부지기수다. 일례로 윤 대통령이 104주년 3·1절 기념사로 일본을 파트너로 인정, 한미일 3국 협력이 최중요하다고 강조한 배경은 "미래"뿐만 아니라 "보편적 가치 공유"였다. 그러나 다음날(2일) '친윤 완장'을 과시해온 한 의원은 "한중일 3국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며 EU(유럽연합)같은 3국 경제공동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으로 연결했다. 패망한 일제와 달리, 중국공산당과는 현대 6·25 전쟁사와 체제 차이로 갈등 중이란 자각이 안 보였다.
3·1절 기념식에 독립운동가들의 초상을 담은 현수막에서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도 역임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빠졌다는 논란도 마찬가지다. 독립운동가 이승만은 1933년 제네바에서 대한독립 외교전을 벌이고, 일제의 침공을 예견한 'Japan Inside Out'을 저술해 '진주만 공습' 이후의 미국을 매료시켜 협력을 이끌어냈다. 해방 이후 반공(反공산주의)·합법정부 건설과 전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독도 실효지배·주권행사로 일본과 전면으로 각 세운 주역이기도 하다.

이승만 초상이 결여되자 대통령실에 관련 문의가 빗발쳤고, 기념식이 행정안전부 주관이어서 빈틈이 생겼다는 핑계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행안부' 하면 탄핵소추된 윤 대통령 최측근 이상민 장관 이름과 책임이 연상될 뿐이다. 대통령실은 뒤늦게 3일 유튜브에 윤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의 제네바행(行)을 평가한 쇼츠 영상을 올리긴 했다. 하지만 여당에선 비주류 태영호 최고위원 후보가 '제주 4·3 남로당 폭동은 김일성 교시'에 이어 '이승만 독립운동 공로 인정' 입장을 낸 것 외 쉬쉬하는 분위기뿐이다.

대신 부(部)로 승격되는 국가보훈처에서 3·1절 기념식을 주관하자는 대안론이 부상했다. 보훈처 쪽은 이승만을 포함한 독립운동가 15인의 흑백사진을 AI로 컬러 복원해 선보이면서 평가 받고 있다. 국가보훈부 승격에 윤 대통령이 막 사인한 참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불과 2주 전 국회에서 '보훈처가 부 승격 로비를 보훈단체에 사주했다'는 의혹 제기로 박민식 보훈처장 사퇴 압박을 가한 여당 의원이, 친윤 초선 연판장을 주도한 일원이었단 아이러니가 떠오른다.

뜻밖의 '이승만 수난사'라면, 윤핵관 의원들이 2016년 1월 민주당을 갓 탈당한 안철수 의원(현 당대표 후보)의 '신영복 조문'만 발췌해 공격한 건도 연상된다. 비슷한 시기 오히려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이 4·19 묘지 참배 당시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國父)로 지칭, '자유민주주의 씨앗을 뿌려 4·19 학생운동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해 진보진영의 거센 반발을 샀다. 안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을 놓지 않고 이후 '정치적 멘토'로서의 인연을 이어갔다. 옛 새누리당 일각은 옹호 시늉이라도 했으나, 현재의 윤핵관들은 한쪽 눈으로만 보듯 행동했다.

이념결사체여야 할 정당 정치인들의 동기를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같은 구호에서 찾을 수 없으니 '이해관계'로 눈초리가 향할 뿐이다. 용산의 의중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내년 총선 공천 '철밥통 연대'에 올라타는 데에만 혈안이 됐다. 국정 차원에서도 정부여당의 자기검열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학폭 가해 자녀 징계를 무마한 전(前) 검찰권력자를 국사수사본부장에 올렸던 '정순신 사태'와 부실검증 법무부의 "정무적 책임" 면피는 '공정과 상식' 표어와 거리가 한참 먼 '인치(人治)' 문제다.

정유업계, 시중은행에 '상생'과 '공공재'를 가져다 붙이며 가격결정에 개입하거나 문재인 정부의 유산인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를 되레 강화해 KT 대표 선임에 적극 개입하는 등 신(新)관치 논란은 이중성 문제다. 이외에도 여당 정책위의장이 의대 증원 강행수와 함께 던진 "의사 집단이기주의" 비난, 국토교통부 장관의 '폭우 중 모텔 숙박비 인상' 저격과 '대한항공 마일리지 정책 개편' 개입 사례도 떠오른다. 대부분 '간첩단·노조·야당 사법리스크 때리기' 의존에 가려진 사안들로, 우파 유권자 일각에선 의문부호가 잇따랐던 바다.

현직 대통령이 53년 만에 '납세자의 날'을 맞아 "무리한 과세로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반길만한 일도 있으나, 참모진·핵관들이 발전적으로 호응할 능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친윤·반장'같은 말이 괜히 나왔던 게 아니다. 여의도와 용산에서 간판만 뜯기는 '가치'야, 네가 참 고생이 많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기호의 정치박박] 여의도·용산 아노미정치… `가치`야, 네가 고생이 많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당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정부 규탄 손팻말을 들고 있다.<공동취재·연합뉴스>

[한기호의 정치박박] 여의도·용산 아노미정치… `가치`야, 네가 고생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3월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 김영관 애국지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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