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다음달 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하기로 했다. 회의 일정도 당초 검토하던 3월 말 4월 초에서 앞당겨 3월 중순에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열고 "저출산위 개최와 관련해 원래 3월 말이나 4월 초에 개최하는 일정을 검토했는데 최근 (저출산 문제에)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 앞당길 수 있는지, 다음 달 중순 정도 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은 저출산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출산위는 그동안 비상근 장관급인 부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고, 전임 부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의 사퇴 후폭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분위기를 쇄신하고 실효적 대책을 독려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 감소했고, 조(粗)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은 4.9명으로 전년 대비 0.2명 줄었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25만명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통계청 발표 이후 자신의 SNS에 "인구소멸은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위기들 중에서 가장 근원적이고 치명적인 위험"이라며 "우리 정치와 우리 정부는 이 당연하고 필연적인 시대의 과제를 외면하고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또 "인구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역대 정부들의 무능은 반드시 역사의 죄로 기록돼야 하며, 윤석열 정부가 뼈아픈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이 3대 개혁보다 더 근원적이고 중요한 개혁이 저출산 극복을 위한 개혁이다. 임기 1년이 지나가는 윤석열 정부는 인구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따졌다.
저출산위 회의에서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유연근무제를 비롯해 난임부부 치료비 지원, 출산휴가·육아휴직 기간 연장 및 보장 강화 등이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다만 올해 시작된 '부모급여' 등을 제외하고, 나 전 의원이 제안했던 대출탕감 등 현금성 대책은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UAE 순방 성과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