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1000조분의 1초' 동안에 일어나는 찰나의 변화를 직접 관측하고 제어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이미징 기술을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권오훈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4차원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이산화바나듐 나노입자의 금속-절연체 상변화 과정을 펨토초(1000조분의 1초) 수준의 정확도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산화바나듐은 68℃에서 금속과 절연체를 오가는 상변화 현상을 보여 광학 센서와 고속 스위칭 소자 등 차세대 핵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상변화가 펨토초 단위의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 기존 이미징 기법으로는 관측할 수 없다.
연구팀은 분해능이 떨어지는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산화바나듐의 상변화 과정을 관측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에너지 필터를 활용했다. 현미경의 카메라에 도달하기 전까지 확산된 광전자 펄스의 에너지 일부를 필터로 걸러내고, 걸러된 일부의 광전자들로 이미지를 재구성해 펨토초에 이르는 순간의 상변화를 포착해 냈다.
새로운 방식의 에너지 필터를 활용해 여러 입자가 뭉쳐 있는 이산화바나듐의 개별 나노입자들의 각기 다른 상변화 과정을 한 번에 포착했다. 특히 그래핀 기판 위에서 만들어져 기존 다른 구조를 갖는 이산화바나듐 나노입자들의 상변화가 일어나는 중간 단계에서 '준안정 상태'를 거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확인했다.
논문 제1저자인 김예진 캘리포니아공대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복잡한 장비 개조 없이도 펨토초 수준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변화 과정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선명하게 촬영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권오훈 UNIST 교수는 "누구나 아는 일반적인 물리학 지식을 토대로 펨토초 이미징 기법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첨단 이미징 분야 최초의 연구"라며 "이산화바나듐의 초고속 상변화 현상을 처음으로 실시간 촬영해 물성 제어에 대한 이해도와 소재로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드(지난 27일자)'에 게재됐다. 이준기기자 bongchu@
UNIST는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에 새로운 방식의 에너지 필터를 적용해 이산화바나듐 나노입자의 상변화 과정을 펨토초(1000조분의 1초) 수준의 정확도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권오훈(사진 왼쪽부터) 교수, 김예진 연구원, 노학원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