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디지털전환분과위원
![[포럼] 연구행정의 중요성, 상상 그 이상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12/2022121302102369660001[1].jpg "[포럼] 연구행정의 중요성, 상상 그 이상이다")
최근에는 이를 위해 연구자의 연구행정업무를 근접 지원하는 방안이 많이 논의되고 있고, 이를 위한 인력 확보는 물론 AI 챗봇을 활용해보자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우선 연구행정의 정확한 범위를 먼저 획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접지원이 필요한 연구행정 업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밀착해서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연구행정이란 '연구 활동을 수행할 목적으로 행하는 사무의 전체'로 정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연구 활동 수행에 핵심적인 연구인력과 연구비 그리고 연구공간·장비 등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지원하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연구자들이 연구행정 부담 등의 고충을 토로할 때는 이러한 업무가 아니라 연구사업에 부수하여 발생하는 행정사무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연구제안서나 연구계획서, 결과보고서 등 연구사업과 관련한 문서의 작성, 연구비를 사용하기 위한 연구비의 편성과 예산서의 작성, 연구비의 집행정산, 연구 노트의 작성, 연구사업의 점검·평가 대응, 연구수행에 필요한 장비와 재료의 구매 등과 같은 업무를 말한다. 연구자들의 이러한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 업무들에 대한 경감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이 업무들이 연구업무인지 행정업무인지에 대하여 명확히 결정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일부는 연구계획서나 연구 노트를 작성하거나 사업평가에 대응하고 재료와 장비를 구매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연구업무의 연장이라고 주장한다. 이 업무들은 연구사업의 목표와 방법을 자세히 이해하지 못하면 수행할 수 없고 나아가 그 연구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어야만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내용도 모르고 과학기술 전문성도 부족한 행정직원이 수행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연구자들이 직접 수행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말한다. 각종 문서양식과 절차에 익숙한 행정전문가들은 짧은 시간에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인데 이에 익숙지 않은 연구자에게는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 시간에 연구에 몰입하면 훨씬 더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일견 양측의 주장 모두 타당해 보여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양측의 의견을 종합하면 해결책은 명확히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연구 분야에도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행정전문가들이 이 업무를 하면 되는 것이다. 즉, 연구와 행정의 사이를 이어주고 소통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역할은 연구자의 단순 사무를 대신해주는 사무보조 업무와도 차별되며, 아울러 연구기관을 운영하고 연구자와 연구사업 전체를 관리·지원하는 중앙 행정업무와도 다르다.
연구 분야도 이해하고 행정업무에도 능숙한 그야말로 새로운 역할과 직종이 되어야 한다. 현재도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비슷한 유형의 인력을 활용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직종이 활성화되고 연구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 직종의 역할과 위치, 필요 역량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
이러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육성체계도 필요할 것이다. 다양한 연구 분야, 기관별 문화와 제도의 상이함, 공공기관의 정원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지만 연구와 행정의 소통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인력이 가져다줄 유용성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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