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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칼럼] MBC가 혼돈에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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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칼럼] MBC가 혼돈에 빠진 이유
방송기업의 지배구조와 공영방송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효율화 차원에서 YTN 민영화를 추진하고, 여당인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MBC의 편파방송을 문제 삼아 민영화를 논의하자고 했다. 주요 방송기업도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해왔다. MBC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영방송법 제정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영화방지법 제정에다 KBS와 MBC에 대해 이사회 대신 25인의 운영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렇게 되면 친(親)민주당 인사들이 운영위원회를 장악하게 된다. 개정안을 민주노총 언론노조는 지지하지만 KBS 노조와 MBC 노조는 공영방송이 이들에 의해 영구히 장악된다며 반대한다.

공영방송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다보니 지배구조도 혼란에 빠져있다. 공영방송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공공방송도, 또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방송도 아니다. 공공의 이익을 표방하면서 영리를 취한다. 방송은 공중전파를 이용하기에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 자신이 방송서비스를 받는다고 다른 사람이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이라는 공공서비스는 국가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 서비스의 질과 고객의 관점에서 보면 민간기업이 더 잘 할 수 있다.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방송시장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면 공영방송은 국영방송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민영방송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해야한다.

지배구조의 혼란은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일으킨다. 지배구조는 기업의 의사결정과 이에 관련된 통제 시스템을 말한다. 방송기업이 공익성에 부합하려면 내부 구성원의 윤리 의식은 보다 더 중요하다. 하지만 MBC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 내부 통제의 강화보다 외부 통제의 약화에 관심이 더 큰 듯하다.

외풍은 시청자인 국민은 물론 정부 당국으로부터 불 수 있다. 편파 방송 등의 시비나 탈세 등 경영 비리가 제기되면 외풍은 커질 수밖에 없다. MBC가 외풍을 막으려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기업 내부의 지배구조부터 강화해야 한다. 공영방송이라고 주장하려면 더욱 그렇다.

정체성의 혼란은 결국 구성원도 피해자로 만든다. MBC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비전으로, 시청자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것을 미션으로 내세우는데, 중요한 과제이지만 공영방송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배구조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MBC는 주식회사로 공익재단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70%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노조가 경영을 장악하는 노영방송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흑자 기업이 적자로 변했고 경영적자가 방치된 이유로 지적된다. 사장을 임명하는 방문진보다 노조의 힘이 더 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문진이 지시를 해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노조위원장이 사장이 되며, 국장은 사실상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미디어산업은 대전환기에 들어갔다. 방송기업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다.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도태의 속도도 빨라진다. MBC가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체성의 혼란과 노영방송이라는 지배구조의 실패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응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MBC의 역사를 보면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명성을 떨쳤고 흑자 기업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던 적이 있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저력을 되살리면 시청률은 올라가고 광고수입이 증가하며 외부의 투자 자금도 유치할 수 있다.

위기를 이겨내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스스로 만들어야 가능하다. 보도의 공정성과 탈(脫)정파성이 MBC를 외풍으로부터 보호해준다. MBC의 성장은 정부가 아니라 시청자인 고객에게 달려 있다. 유익하고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고객에게 신속하게 제공하는 능력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 구성원에 달려 있다.

방송기업을 감독하는 이사회를 운영위원회로 바꾸고 숫자를 늘린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배구조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MBC 구성원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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