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62.6원… 13년만에 최고치
외환보유액↓… 마음 놓을때 아냐
美가 세계에 '인플레' 수출하는 꼴
외환보유액↓… 마음 놓을때 아냐
美가 세계에 '인플레' 수출하는 꼴
![[韓경제 암초 `고환율`] `2009년 금융위기` 원화가치인데… "괜찮다"는 정부 믿어도 되나](http://contents.dt.co.kr/images/202209/2022090502100363056001[1].jpg "[韓경제 암초 `고환율`] `2009년 금융위기` 원화가치인데… \"괜찮다\"는 정부 믿어도 되나")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심상찮다.지난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62.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다.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또다시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이 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고점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 가치 급락)은 경기침체속 물가 상승 현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5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달러당 1400원선 향해가는 환율= 원화 가치는 올들어 세계 주요 통화 가운데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4일 블룸버그가 주요 31개 통화의 달러화 대비 등락률을 집계한 결과 원화 가치는 올들어 지난 2일까지 12.75% 떨어져 낙폭이 8번째로 컸다. 세계적인 달러 강세의 영향에 무역수지 적자,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치며 원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주요 통화 가운데 튀르키예 리라화(-26.87%)와 아르헨티나 페소화(-26.17%)가 나란히 20%대 하락률을 기록하며 통화 가치가 가장 많이 폭락했다. 이어 헝가리 포린트화(-19.68%), 일본 엔화(-17.92%), 스웨덴 크로나화(-16.04%), 영국 파운드화(-14.95%), 폴란드 즈워티화(-14.94%) 등의 순으로 하락률이 높았다.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는 경제위기가 진행 중이고, 헝가리와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는 선진국 가운데 일본, 스웨덴, 영국 다음으로 4번째로 가치 하락이 큰 셈이다.
일본 엔화 가치는 2일 달러당 140엔선을 넘어서며 1998년 이후 24년만에 최저로 추락했다. 중국 위안화 가치도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7위안대 돌파(破七)에 근접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8월 한 달 동안 약 5% 떨어져 브렉시트( 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이 나온 201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패리티(1유로=1달러)'가 깨진 유로화는 6월 이후 달러 대비 6.6% 떨어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기준금리 격차를 적당한 수준에서 유지한다면 원·달러 환율은 1400원에서 고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한상의는 고환율 현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 원·달러 환율이 뛰면서 1998년처럼 외환위기가 재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지난 1일부터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양적긴축(QT)을 월 국채 6000억달러, MBS 350억달러로 두배 확대하면서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의 8월 무역수지는 195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인 94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달러화 비상금고인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주요 수단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86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만에 300억달러 넘거 줄었다. 특히 올해 3월부터 6월 사이 234억9000만달러나 감소했다. 사상 최대 수준인 무역적자는 외환보유액을 더 줄일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수출마저 급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여서 무역수지 적자 기조도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근거로 '괜찮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는 무역수지 적자가 곧바로 경상수지 적자를 증폭시켰지만, 지금은 무역수지 적자와 경상수지가 다르게 나온다"면서 "전체적인 큰 틀에서는 국제기구나 미국 등 주요국에서 우리나라를 평가할 때 외환 건전성에도 문제가 없고 충분한 외화보유액도 있어 괜찮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25일 "IMF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고 걱정하는데 내가 IMF에서 왔다(과거 IMF에서 일했다는 뜻)"며 "IMF 어느 직원도 우리나라에 적정수준 대비 150%까지 외환보유액을 쌓으라고 얘기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때도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이 괜찮다고 소리쳤지만 위기는 갑작스레 찾아왔다.
◇'플라자 합의' 이후 최고치로 뛴 달러… 세계에 인플레 수출하는 미국=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는 지난 1일(현지시간) 109.637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 인덱스는 올들어 14% 가량 뛰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 기준 달러지수는 1985년 달러 강세를 시정하기 위해 주요국들이 협조 시장 개입에 나선 일명 '플라자 합의'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이 강달러 정책을 용인하는 것은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달러 가치를 높여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그 후유증이 주요국 통화약세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이 세계에 인플레를 수출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라는 무대에서 국익을 위해선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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