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대법원을 대상으로 공탁금 및 법원보관금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12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감사원 조사 결과 최근 5년간 공탁금 보관 계약이 만료된 52개 법원 가운데 45곳이 공개경쟁 없이 기존 보관은행을 그대로 지정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법원 공탁금을 보관하는 은행 10곳이 평균 8조7000억원을 보관하면서, 공적 재원 등으로 쓰이는 출연금은 잔액 대비 1.05% 수준인 914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은행들이 공탁금 운용 수익금 중 일부를 사법서비스진흥기금에 출연하는데, 이 기금을 얼마나 내놓을지 법원행정처가 경쟁을 붙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시금고를 지정할 때 예치금리와 협력사업비(출연금)를 은행이 제안하도록 하는 것과 대조된다.
감사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경우 2019년 서울시 1금고 평균잔액 3조3000억원의 4.18%(1367억원)를 이자와 협력사업비로 냈다. 반면 신한은행은 2019년 법원 공탁 평균잔액 6조3000억원을 보관하면서 낸 출연금은 1.12%(709억원)을 납부하는데 그쳤다. 지급 이자율도 0.1∼0.35%로 매우 낮았다.
또 국가 명의의 계좌에 보관해야 하는 공탁금을 보관은행 관리 하에 있는 별단예금 계정에 보관하는 등 12조원 상당의 보관금이 법령과 다르게 관리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대법원 결산보고서의 공탁금 잔고(10조518억원)는 법원행정처의 2020년 법원별 공탁금 현황(10조572억원)과 54억원 가량의 차이가 났음에도 잔액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아 정확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공탁규정에 따라 현금 취급이 금지돼 있는데도 이를 허용해 대리인 등이 위임장을 허위로 작성한 후 공탁금을 부정수령한 사례가 반복되기도 했다. 또한 법원행정처는 2016년 출연금 투명 운용을 위한 국선변호인제도 운용 목적의 사법서비스진흥기금을 설치했는데도 국선변호료 지원 비용을 일반회계로 일원화해 편성했다. 아울러 공탁금이 국고에 귀속되는 일이 없도록 상속인 등에 지급청구권을 안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법원행정처는 가족관계등록 자료를 공탁사무에 활용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상속인에게 사망자 공탁금 지급청구권에 대한 안내를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원 측은 "법원행정처장에게 공탁금을 보관하는 은행을 원칙적으로 공개경쟁 방식으로 지정하고, 출연금을 평가요소에 반영하는 등 출연금 증대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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