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미스매치 해소·글로벌 인재 필요
정부가 반도체 전공·청년층 취업 지원
전 세계 인플레 사태 "지금 투자 적기"
부동산은 위험… 주식으로 눈 돌려야
정부가 반도체 전공·청년층 취업 지원
전 세계 인플레 사태 "지금 투자 적기"
부동산은 위험… 주식으로 눈 돌려야
![[위기에서 배운다] "모두가 비관할때, 위기 뒤에 숨어있는 성공기회 잡아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208/2022080402101051057002[1].jpg "[위기에서 배운다] \"모두가 비관할때, 위기 뒤에 숨어있는 성공기회 잡아야\"")
이슬기기자 9904sul@
예전부터 컴컴한 바다의 나침반은 북극성이었다. 어두울수록 별이 빛나는 법. 위대한 조직이나 국가는 위기의 파도가 거셀수록 더 놀라운 지혜의 별빛을 찾아냈다. 지구를 덮친 인플레이션 파도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민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요즘 같은 혼란기에 정부와 기업, 개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위기의 파고를 헤쳐나갈지 고민이 크다. '책에서 해답을 찾는다'는 말이 있듯이 양서는 지름길을 제시한다. 탁월한 논리와 설명으로 독자와 공감한 책의 저자를 차례로 만나 혜안을 들어본다. 지금 닥친 위기가 화폐과잉으로 생긴 만큼 첫번째로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만났다. '돈의 흐름에 올라타라'란 책을 펴낸 그는 신뢰받는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국민연금·은행·증권사 등에서 30년간 일했다. 경제전문가의 관록을 가진 그에게 위기를 돌파할 지혜를 물어봤다.
'돈의 흐름에 올라타라' 저자 홍춘욱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
"우리나라는 교육과 경영진 능력에 대한 문제만 조금 개선하면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이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이야말로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각 국가들이 단일화돼 가는 현상인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에 눈 뜰 때가 아닌가 합니다."
이코노미스트인 홍춘욱(53)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최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때 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생산성 향상' 하나뿐"이라며 "교육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홍 대표는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와 글로벌 인재 영입 두 가지를 들었다. 기술개발 투자는 잘 이뤄지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생산설비와 투자를 늘리기 위해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는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한국이 특허도 많고 기술적으로 우수한 위치에 있지만 물건도 잘 팔고 설비도 늘려야 하잖아요. 서로 다른 문화로 인해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 나라의 문화에 녹아들어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글로벌라이제이션 된 인재들을 받아들여서 뛰어난 모델이 나오는 회사들의 미래가 아무래도 더 밝겠죠."
홍 대표는 또 교육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정부가 가장 잘못한 정책이 부동산이었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최악의 정책은 교육이었다"며 "교육의 심각한 미스매치가 노동시장으로 연결돼 사회초년생들이 큰 고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으로 간다는 것에 대해 정부도 알고 있어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는 지원을 많이 했지만 정작 교육에는 그런 지원이 없었습니다. 지난 5년간 불균형을 시정할 기회가 분명히 있었는데, 이공계를 늘리는 등 전공을 조정하고 통폐합하도록 대학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노력은 부족했지 않습니까. 반도체 전공을 만드는 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기업 돈으로 하고 있어요. 정부가 취직이 잘 되는 전공들을 만들고 그쪽으로 학생들을 유도해야 실업자도 줄고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홍 대표는 교육 예산의 잘못된 배분도 지적했다. 그는 "학교를 다니는 인구는 줄어드는데 교육 예산은 늘어나니까 초등학교를 통폐합해야 하는 상황에 건물을 새로 짓는 등 예산 낭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반에 학생 수가 20명 이하면 교육 효과가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선생님 한 명당 학생 수가 너무 줄어도 안 좋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선진국도 대부분 20명은 되거든요. 불필요한 데 무한정 예산을 쓸 게 아니라 청년층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교육적으로 현실적인 지원을 해야합니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며 뭔가 불안할 때 인재들이 나라를 떠나게 되면 경제의 생산성 수준이 떨어져요. 결국 생산성은 교육이 망가지고 기업이 망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안 할 때 파괴되는 거죠."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위기 상황이다 보니 주식도 부동산도 매수심리가 위축됐지만 홍 대표는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흐름은 안 좋지만 경제적으로 놓고 본다면 그렇게 나쁜 시기는 아니다"라며 "정보통신 혁명이 계속해서 격렬하게 진행되는 중이고 고유가 때문에 태양광이나 풍력 등에 투자가 엄청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금리는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며 "물가가 오르면 세금이 잘 걷히니 이자가 올라가면서 정부의 부채 부담은 줄어든다"고 부연했다.
"부동산 시장은 금리가 오르고 6개월이나 1년 뒤에 본격적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어요. 지금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중이니 당분간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주식의 경우 투자하기 좋은 시기죠. 책에서 제가 강조한 것처럼 자산 배분을 하시는 분들은 리밸런싱(운용하는 자산의 편입 비중을 재조정하는 일)을, 좀 공격적으로 투자하길 원하시는 분들은 스위칭(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자산으로 운용자산을 교체하는 행위)전략을 공부해보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홍 대표만의 '위기에서 배울 수 있는 지혜'를 묻는 질문에 "세상 사람들이 모두 비관적일 때 위험 자산을 사야 된다"며 "아주 크게 성공해본 경험이 없으면 망설이게 되는데 이번 기회에 투자에서 한번 성공해보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스위칭 전략과 리밸런싱을 통해 사이클 대부분의 성과를 누릴 수 있는 그런 경험을 한 번만 하면 자신감이 생긴다"며 "저도 저도 많은 시행착오 끝에 2008년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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