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려로봇인형 기술기업 '효돌'
IoT·AI·무선통신 등 첨단 기술 적용
끝말잇기·퀴즈·노래하기 '학습친구'
우울증·치매·자살 위험률 개선 확인
전국 268개 기관 보급 사용자 5800명
IoT·AI·무선통신 등 첨단 기술 적용
끝말잇기·퀴즈·노래하기 '학습친구'
우울증·치매·자살 위험률 개선 확인
전국 268개 기관 보급 사용자 5800명
김지희(46) 효돌 대표의 목소리에서 설렘이 느껴졌다. 효돌이는 김 대표가 2017년 개발해 키워 온 AI(인공지능) 반려로봇인형이다. 귀여운 외모에 포근하게 끌어안기 좋은 크기의 효돌이는 IoT(사물인터넷), AI, 무선통신 등의 첨단 기술을 적용해 어르신들이 다양한 신체·인지활동을 하고, 복지사나 보호자들이 어르신들을 돌보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소셜로봇의 일종인 반려로봇은 어르신, 치매환자, 자폐아 같은 사회 취약계층에 정서적, 신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효돌이의 인지력 개선과 치매예방 효과는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최근 나온 강원대 의대 논문에서는 치매 어르신 보호자의 돌봄 부담 경감 효과가 입증됐다. 전남지역 우울증 고위험군 어르신 260명에게 효돌이를 보급하고 관찰한 결과 우울증과 자살 위험률 통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끝말잇기·퀴즈·노래하기까지 놀이·학습친구=7~8살 짜리 개구쟁이 모습을 한 효돌이는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만지기만 해도 반응하며 어르신들과 대화하고 다양한 활동을 유도한다. 효돌이 안에는 노래 부르기, 끝말잇기, 체조, 치매예방 퀴즈, 이야기, 회상놀이, 종교말씀, 영어공부 등 다양한 신체활동과 인지활동 콘텐츠들이 담겨 있다. 어르신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 만한 깨알 같은 리액션은 기본이다.
효돌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잘 때까지 기상 인사부터 식사나 약 먹을 시간 챙기기, 식단 안내, 날씨나 절기 정보, 환기 안내까지 쉼 없이 안내하고 말을 건넨다. 어르신들은 효돌이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등을 토닥이면서 정서적 편안함과 친근감도 느낀다. 복지사나 보호자들은 어르신들을 대면하지 않고도 전용 모바일앱을 통해 원격에서 그들의 생활 모습과 활동 정도, 약 복용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효돌이는 어르신이 일정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보호자에게 메시지도 보내준다. 어르신이 효돌이의 손을 3초 이상 잡으면 지정된 곳에 비상메시지도 보내준다.
◇노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다=LG전자에서 상품기획자로 일하던 김 대표는 노인들의 삶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관심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2009년 스튜디오크로스컬쳐라는 컨설팅 스타트업을 창업한 후 수십명의 어르신을 만나 그들의 자서전을 쓰고, 한국노인복지관협회, 독거노인지원센터와 협력하며 다양한 시도를 했다. 생활단절 고립자의 사회연결망을 디자인하기도 하고, 고양·서울·울산·뉴저지 지역의 독거노인 실태조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야기와 촉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장치가 효과적이겠다고 판단했다. AI스피커, 라디오, 죽부인 등 다양한 형태를 고민하던 그는 손주처럼 친숙한 인형으로 결정했다.
김 대표는 "돌봄을 위한 ICT 기술이 다양하게 선보였지만 웨어러블 기기, AI스피커, IoT 모니터, 소셜로봇 등은 지나치게 기술지향적으로 보였다. 어르신들이 정서적 안정감과 친밀도를 느끼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돌봄 전문인력의 업무 생산성도 개선해 보자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2017년 춘천에서 시작해 서울·전남 등 전국서 활약=남자 대신 사업과 결혼한 김 대표에게 효돌이는 자식 같은 존재다. 2015년에 개발을 결정한 후 효돌이에 담을 기능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을 만나 그들의 하루 일과를 분석해 시간대별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2017년 세상의 빛을 본 효돌이가 가장 먼저 보급된 곳은 강원 춘천시 50여 가구다. 이곳에서 시범 테스트를 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2018년에는 협대역 IoT, 2019년에는 LTE 방식을 개발했다. 서울시 공공 테스트베드 사업, 경기재활공학서비스센터 '재가치매노인보조기기' 사업에도 선정됐다. 이후 활동무대가 빠르게 전국으로 넓어졌다. 작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ICT R&D 혁신바우처 사업' 지원을 받아 챗봇과 IoT 게이트웨이 연동이 가능한 2세대 효돌이가 탄생했다. 스마트패드, 스마트폰과 연동해 생활·건강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정부 응급안전 모니터링 시스템과의 연동해 어르신 스스로 생활·안전관리를 하고 보호자들도 그들의 상태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2021년에는 정부 성장동력 실증기획 지원사업에 선정돼 전남 우울증 고위험군 어르신 260명이 효돌이를 만났다. 참여자의 95.7%가 주요우울장애를 진단받았고, 급성기 우울을 겪는 대상자가 29%에 달했는데, 3개월간 효돌이를 사용한 결과 우울, 자살, 인지기능, 고독감이 모두 통계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자살생각에 대한 호전도가 가장 두드러졌다. 최근 전남도가 개최한 돌봄로봇 사업 관련 연찬회에서 김형국 전라남도 노인정책팀장은 "효돌이에 대한 어르신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아 도내 전 지역으로의 확대가 필요하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1000~20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 'K돌봄 수출 주역으로'=효돌이는 지금까지 전국 254개 지자체 중 116곳, 268개 기관에 보급됐다. 개인들이 직접 구매하는 경우도 늘어나 338개가 개인 사용자에게 판매됐다. 효돌이 총 사용자는 약 5800명에 달한다. 회사는 작년 17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원은 21명으로 늘어났다.
효돌이의 다음 목표는 글로벌 진출이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다. 인건비가 높은 선진국 시장에서는 특히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2015년, 미국 뉴저지의 요양원, 방문간호사 등과 인터뷰를 해 미국에도 시장 기회가 있음을 확신했다. 이후 효돌이의 시나리오를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로도 준비했다.
영어 시나리오에는 미국과 영국 돌봄 종사자뿐 아니라 현지 영문과 교수,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참여했다. 2019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텍사스에서 시장조사를 하고, KAIST의 도움을 받아 텍사스오스틴대학 전문가의 코칭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인형 형태의 로봇이 낯설 수 있지만 현지화가 이뤄진다면 돌봄 비용이 높은 미국 요양업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영어 실력 갈고닦은 효돌이, 9월 미국행=김 대표는 외국형 효돌이를 새로 디자인하고 오는 9월 미국 뉴욕지역 교포들에게 선보인다. 한국계 미국인을 위한 민간 돌봄단체인 KCS(뉴욕한인봉사센터)와 협력해 교포 30명을 대상으로 실증연구를 하기로 했다. 이 연구 결과는 뉴욕시에도 공유될 예정이다. 올 하반기 중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와 협력해 미국인 대상 연구도 진행한다. 박도형 국민대 교수, 최문정 KAIST 교수팀도 함께 참여한다.
김 대표는 "미국은 돌봄 비용이 매우 높다 보니 스스로 건강 관리를 하는 수요가 크다. 코로나 이후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인력 품귀현상도 심각하다"면서 "보험회사 등과 연계해 현지 노인돌봄 회사들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기간에 미국에서도 반려 강아지 로봇이 많이 알려졌지만 정서적 편안함과 애착을 느끼게 해주는 정도에 그친다. 이와 달리 효돌이는 사회복지사가 어르신들을 비대면으로 돌볼 수 있는 웹·앱 플랫폼까지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효과가 입증된 효돌이와 함께 'K돌봄' 수출 역사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