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나토 동진에 러시아도 동진… 아시아로 손뻗는 푸틴

스웨덴 핀란드 가입하며 나토 동진 가속, 러와 접면 확대
가입 반대 터키도 이익 취하고 결국 찬성으로 돌아설 것
러 중심 중앙아 6개국 집단안보조약기구 강화 가능성 높아
러시아 국민 중 아시아인 많아, 러 기본적 '아시아 친화적'
러, 동쪽에서 출로 찾게 되면 러-중-북 군사안보 축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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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나토 동진에 러시아도 동진… 아시아로 손뻗는 푸틴


핀란드와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역사적인 결정이다. 러시아는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조른 셈이 됐다. 나토의 동진(東進)과 서방의 고립정책에 맞서 러시아는 '아시아로의 동진'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아시아 지역의 안보·경제 지형도까지 바꿔 놓을 조짐이다.

◇북유럽 군사강국 가세에 활짝 웃는 나토

나토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으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두 나라가 가입하면 나토의 전투력은 크게 강화될 것이다. 두 나라는 인구는 많지 않지만 강한 군사력을 자랑하는 나라다. 군사력 뿐 아니라 유용한 각종 정보도 나토에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러시아가 굴복시키기 쉬운 상대가 아니다. 핀란드 공군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공군 중 하나다. 공군은 미제 'F/A-18'로 무장되어 있다. 앞으로 미국산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를 더 많이 구매할 예정이다. 스웨덴은 국산 '그리펜'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펜'은 10~15t급 4.5세대 전투기 중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리펜은 러시아 공군의 주력 '수호이' 격파에 특화된 전투기로 알려져 있다.

지상군을 살펴보면 핀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포병 부대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징병제와 예비군을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인구 약 550만명의 핀란드는 전쟁 발발 시 최대 90만명을 동원할 수 있다.

또한 두 나라는 첨단 해군을 보유하고 있다. 스웨덴 해군이 보유중인 '고틀랜드'(Gotland)급 잠수함은 유명하다. 이 잠수함은 지난 2005년 모의전투에서 미 해군이 자랑하는 6억2000만달러(약 7855억원) 짜리 핵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에 접근해 침몰시킴으로써 미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소리를 내지 않고 움직이는 소형 디젤 잠수함이 3~4중으로 밀집구축된 항모선단의 경계망을 뚫고 들어가 어뢰를 발사해 로널드 레이건함을 가상격침시킨 것이다.

이런 핀란드와 스웨덴은 오는 6월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에 참가할 예정이다. 여기서 회원국 전원의 승인을 받으면 신규 회원이 된다.

◇터키는 왜 반대할까

나토 가입을 위해선 30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걸림돌은 터키다. 터키의 레셉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두 나라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고 있다. 자국 내에서 분리주의 운동을 벌이는 쿠르드족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을 두 나라가 지원하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PKK 활동가들을 지지하고 있고, 두 나라가 수용한 쿠르드 난민들 중에는 PKK 당원들도 있다. 앞서 터키는 PKK 구성원 송환을 요구했지만 두 나라는 인권 문제를 이유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가입 반대 이유로 터키가 PKK를 내세우는 것은 겉보기에는 그럴듯 하다. 하지만 PKK 인사들이 망명한 나라들은 핀란드와 스웨덴만이 아니다. 다른 나토 회원국들에도 많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최대한 가입을 반대해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보상을 얻어내는데 있을 것이다. 일단 에르도안 대통령은 가입 동의를 조건으로 서방이 터키에 부과한 제재를 철회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겐 'F-35' 프로그램에 터키를 다시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할 것이 분명하다.

러시아에 밀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서방을 애태우는 작전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터키의 수입통계를 보면 터키의 대(對)러시아 수입은 크게 늘었다. 1년 전보다 66.5% 증가했다. 눈에 띄는 것은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이 늘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국제 시세보다 30달러 정도 저렴하게 석유를 터키에 수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터키의 어려운 외환 상황을 감안해보면 터키는 이 석유를 제3국으로 재수출해 외화를 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양국은 여객기 운항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관광객은 터키의 중요한 외화벌이 원천이다.

이를 보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두 나라의 나토 가입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내년에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가 있기 때문에 그에겐 표를 얻을 수 있는 대중의 인기가 중요하다. 이번 나토 가입 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어내 자신에 대한 지지를 높이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결국 나토와 터키 간 협상이 진전되면 터키는 두 나라의 가입을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동쪽'을 바라본다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와 나토 사이에 '완충지대'가 없어진다. 서로 직접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스웨덴과 핀란드에 미군 기지가 건설되고 핵무기가 배치될 것으로 믿고 있다. 이는 악몽이지만 현실이다.

이제 관심은 러시아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다. 만약 나토가 양국에 군사 인프라를 구축하면 러시아는 무조건 대응할 수밖에 없다. 군사적 긴장은 고조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할 때까지 경제적 정치적 압력을 계속 행사할 것이다. 이미 러시아는 경제적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발표한 다음 날, 러시아는 핀란드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러시아는 두 나라가 나토에 정식 편입되면 곧바로 국경 지역에 핵무기 배치 등 군사력 증강에 들어갈 것이다.

동시에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CSTO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집단안보동맹이다. 러시아를 주축으로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타지기스탄 등 6개의 옛 소련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회원국이 침공을 당하면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군사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지난 1월 카자흐스탄에서 연료 가격 인상 이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때 2000명 이상의 CSTO 병력이 파견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CSTO를 나토의 대항마로 키울 공산이 크다.

특히 나토의 동진(東進)은 푸틴 대통령의 시선을 우랄산맥 넘어 아시아로 돌리게 만들 것이다. 러시아는 '아시아 친화적'인 유럽 국가다. 광대한 아시아 지역을 갖고 있고 러시아 국민 중에는 아시아 출신 사람들이 많다. 오랫동안 러시아는 몽골의 통치를 받아 몽골 피를 가진 러시아인들이 수두룩하다. 인종 차별주의는 상대적으로 낮다. 백계 러시아인들은 아시아인들과 결혼하는 것을 덜 꺼린다.

푸틴 대통령은 동쪽을 바라보기 시작할 것이다. 동방 중시 정책으로 러시아는 적극적으로 아시아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유라시아 대륙에서 러시아-중국-북한을 잇는 강력한 축이 형성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인도까지 이 축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서쪽에선 밀리지만 동쪽은 우세해진다. 이는 유럽의 안보 변화가 아시아로 파급됨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에도 새로운 질서 형성의 촉매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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