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전력, 의료, 항공 분야 등에서 민영화를 시도하려 한다고 보고 '민영화 방지법'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용 거짓선동'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열세에 몰린 민주당이 반전용 카드로 민영화를 부각하면서 진보·중도층 유권자들의 결집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이 '민영화 공세'를 펴는 근거는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민영화 관련 발언이다.
김 비서실장은 지난 1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과거 기간산업 민영화에 대한 소신이 그대로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한국전력처럼 경영은 정부가 하되 30~40% 정도 지분을 민간에 팔자는 것"이라며 "소신에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비서실장의 민영화 발언 이후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우회 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사전 포석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과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던 인천공항공사 민영화를 윤석열 정부가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권이 미처 추진하지 못한 인천공항공사 민영화에 미련이 남은 것은 아닌지 비서실장 말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민영화를 쟁점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진보·중도층이 기간산업 민영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 민영화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국민여론은 가격상승과 서비스질 하락 등을 우려하며 악화했다. 민주당은 이를 고려해 '민영화는 개악'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지선 여론전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등이 민영화 논란을 앞장서서 키우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는 시장출마가 아니라 인천시민에 사죄하고 즉각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여론전뿐만 아니라 이번 임시국회 내에 '민영화 방지법'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의료, 전력, 항공 등에서 민영화를 시도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자고 하는 '민영화 방지법'을 만들 예정"이라며 "국가 인프라 관련 민영화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개념과 설계를 법으로 제도화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공공부문 효율화에 민영화라는 가짜 포장을 씌워 공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와 송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밑도 끝도 없이 꺼내든 민영화의 실체는 국민을 또 한 번 갈라치기 하려는 야당의 습관적인 구태 선동이자, 있지도 않은 적을 자신들이 만들고 혼자만 성내는 과대망상일 뿐"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단 한 번도 공기업 민영화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윤석열 정부가 인천공항공사의 민영화를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 확실하지 않고, 지분매각에 대한 의견만 나온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민영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된 이슈로 부상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