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D사이언스] "QAIST 신문화 전략으로 미래 준비… 세계10위권 진입 목표"

구성원 초일류 의식혁명서 새에너지 출발
교육·연구·국제화 등 5개 분야 비전 마련
실패연구소 만들어 작년 65개사 창업 지원
"인류 당면 문제 해결 위해 사고 폭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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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D사이언스] "QAIST 신문화 전략으로 미래 준비… 세계10위권 진입 목표"
KAIST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이광형 KAIST 총장

과학영재들이 모여 있는 KAIST가 달라졌다. 가장 먼저 캠퍼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강의실과 실험실, 기숙사만을 오갔던 학생들이 캠퍼스로 나오기 시작했다. 잔디밭에 삼삼오오 둘러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며, 깔깔 웃는 학생들의 모습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몇해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KAIST 캠퍼스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적막하고 고요했던 캠퍼스가 학교의 주인공인 학생들로 인해 활기를 찾아가고 있었다. 벚꽃이 한참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지난 5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KAIST 본원 캠퍼스에도 봄은 어김없이 와 있었다. 캠퍼스에는 한껏 다가온 봄을 느끼기 위해 꽃구경 나온 학생들과 시민들로 북적였다.

KAIST 로고가 새겨진 '과잠(학교 점퍼)'를 입은 학생들은 벚꽃을 배경으로 휴대전화 카메라를 연신 눌러대며 봄의 추억을 새겼다. 잔디밭에는 마침 '딸기 축제(딸기 농가를 돕는 KAIST의 봄 축제)'를 맞아 학생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KAIST 캠퍼스의 변화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지난해 3월 '괴짜 교수'로 불리는 이광형 총장이 취임한 이후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총장은 취임하자마자 학생들에게 "공부 좀 그만하고, 새로운 경험과 활동을 하라"고 '딴짓하기'를 강조했다. 그리고, "가슴 떨리는 꿈을 찾으라"며 강의실과 실험실이 아닌 세상과의 소통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KAIST 학생들은 너무 많이 공부한다는 것이 단점"이라며 "남들과 똑같이 하는 공부를 통해 경쟁하기 보다는 가슴 뛰게 하는 나만의 꿈을 갖고 도전하는 것이 더 큰 자신으로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KAIST는 이를 위해 질문하는 인재, 인문·예술소양을 겸비한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춰 교육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 총장은 모든 구성원이 초일류 의식을 갖고 KAIST가 10년 내 세계 10위권 일류대학으로 도약하는 여정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르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초일류 의식을 갖게 하는 'QAIST 신문화 전략'을 통해 세계 일류 대학으로 힘껏 나아가고 있다"며 "이를 위해 의학과 공학적 융합 인재인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과 뉴욕캠퍼스 조성 등에 박차를 가해 독특한 빛깔을 내는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우뚝 서겠다"고 강조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KAIST, 세계 일류대학 향해 '새로운 길' 가다=이 총장은 KAIST가 세계 일류대학이 되려면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0년 간 우리나라의 성장 방정식였던 '선진국 따라하기'로는 선도국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총장은 "KAIST가 현재 전 세계에서 40위 정도 하는데, 10위권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따라하기'에서 벗어나 누구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KAIST는 남들이 하지 않는 '최초'의 연구, 세상에 없는 문제를 찾아 연구하는 자세,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재를 배출하는 등 세계 초일류로 가는 길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KAIST가 새로운 도약과 새로운 길을 가려면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새로운 에너지는 KAIST 구성원이 초일류가 될 수 있다는 의식혁명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말했다. 초일류 의식을 갖게 되면, 지금보다 한 단계 올라서면 그 다음엔 그보다 한 단계 더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갖게 해 주는 원천이라는 게 이 총장의 설명이다.



◇'QAIST 신문화 전략'으로 미래 50년 준비하다=이 총장은 취임 이후 교수와 학생, 직원들에게 "우리는 세계 일등이다. 시시한 것은 안 한다. 남이 하는 것은 안 한다"는 의식혁명의 실천을 주문했다. 그동안 습관처럼 해 오던 익숙함을 버리고, 세계 일류답게 새로운 것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QAIST 신문화 전략'이다. QAIST는 Question(교육), Advanced Research(연구), Internationalizatin(국제화), Start-up(기술사업화), Trust(신뢰) 등 5개 분야의 영문 이니셜을 딴 미래 50년을 향한 KAIST의 비전이다. 이 총장은 "QAIST는 5개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시너지를 발휘함으로써 완성할 수 있다"며 "가장 단기간에 추진할 수 있는 것이 교육분야 혁신"이라고 말했다.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과연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설명했다. 그는 "교육이 무엇이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교육은 젊은 사람들의 영혼에 불을 지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령, 잠재력과 실력, 능력을 갖춘 젊은 사람이 있는데, 꿈이 없다면,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도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총장은 비유했다. 이 총장은 "그런 사람에게 꿈을 갖게 하면, 이후에는 스스로 알아서 꿈을 찾아 공부하게 되고, 도전하게 된다는 게 나의 교육철학"이라고 피력했다.

KAIST 학생들이 꿈을 키우도록 독서문화위원회, 학생이 문제를 출제하는 시험, 에듀케이션 4.0 교과목, 세계적 성악가인 조수미, 한류 문화를 선도해 온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교수 초빙,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실패연구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꿈을 지피는 역할을 하는 교수들을 위해서도 매세월 서연, 초일류 리더십 아카데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이여, '가슴 뛰게 하는 꿈을 가져라' 촉구=이 총장은 KAIST 비전인 세계 10위권 일류대학이 되기 위해 학생들에게 "국가와 인류를 위해 가슴이 뛰는 꿈을 가진 사람이 되라"고 설파한다. 올해 신입생 입학식에서 돌발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가슴 뛰는 꿈을 찾았다면 대학을 반드시 마치지 않아도 좋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면 지금 당장 휴학을 하고, 그 일을 시작해도 좋다"는 말로 꿈 없이 공부만 잘 하려는 학생들을 저격했다.

꿈을 향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휴학도 무제한으로 할 수 있게 제도를 바꿨다. 종전에 학생들은 창업을 하기 위해 휴학 하면 2년 안에 학교로 되돌아 와야 했다.

이 총장은 "창업과 같은 자신의 꿈을 찾아 본인이 하는 일에 만족하고 행복하게 생각하는 데 뭐 하러 학교에 돌아옵니까"라고 반문한 뒤 "60, 70세가 돼 학교로 돌아와도 되니 일단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서 자신의 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꿈을 쫓다가 실패한 학생들을 위해 '실패연구소'도 만들었다. 실패가 그냥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패의 경험을 통해 다시 성공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해 주기 위한 조치다. 이 때문인지 예전 KAIST에서 창업한 회사가 매년 평균 25개 안팎에 불과했는데, 지난 한 해에만 65개사가 창업하는 등 캠퍼스 내 창업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자=이 총장은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를 '바이오 산업' 육성을 통해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시장 규모가 1조7000억 달러에 달하는 바이오 산업에 있어 우리나라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먹고 살게 해 준 핵심 산업인 반도체의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4400만 달러인데, 바이오 산업은 반도체 시장의 5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시장"이라며 "이처럼 성장 잠재력이 엄청난 바이오 산업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미미하다"고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울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이오 산업을 육성할 것인가? 이 총장은 연구하는 의사, 즉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바이오 관련 연구를 많이 하고 있음에도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등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중개연구를 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가 없기 때문"이라며 "기존 의대의 교육제도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의학과 공학 간 융합적 지식과 사고를 갖춘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새로운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학-공학 융합형 '의사과학자' 육성하자=이 총장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KAIST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 3월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법 개정, 정원 배정, 대학설립 인가, 예비인증 등의 관련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KAIST 과기의전원은 기존 의전원과 달리 4년의 융합의학교육과 4년의 이공계 박사과정을 거쳐 의사과학자(M.D-Ph.D) 자격을 따는 것이다. 의대의 인턴, 레지던트 과정이 없어 전문의를 취득할 없어 임상의로 가는 데 제약을 둬 순수한 연구자만을 양성하는 새로운 개념의 의학전문대학원이다.

그는 "우리가 구상하는 과기의전원은 MD(의무석사 4년), PhD(공학박사 4년) 과정을 통해 의학과 공학 과정을 모두 배우면서 의사과학자로써 자질과 역량을 쌓게 된다"며 "수련의 과정이 없어 졸업 후에 임상의가 되는 것이 어렵고, 졸업 후 10년 간 임상의 진출을 제한하는 규정을 둬 기존 의전원과는 차별화된 교육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글로벌화를 위한 KAIST 뉴욕 캠퍼스 설립, 차세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평택 캠퍼스', 바이오와 의학 융합인재를 길러내는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 등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KAIST는 여러분의 놀이터"…'사회와 더 소통하라'=이 총장은 KAIST가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찾아 정의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사회와 소통하며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10∼20년 후에 필요한 것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과학기술의 쓰임새는 기술이 아닌 결국,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며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과학기술을 통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최초의 연구를 해야 인간에 도움이 되는 연구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 과학 꿈나무에게 조언 한 마디를 요청하자, 이 총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꽂이에서 'KAIST 글로벌 캠퍼스' 청사진을 담은 누런 빛의 보고서를 꺼내 왔다. 1996년 이 총장이 직접 작성한 보고서였다.

그는 "꿈을 크게 가져라. 내가 26년 전에 KAIST 뉴욕 캠퍼스 설립을 꿈꾸며 작성한 보고서가 지금에서야 빛을 보고 있다"며 "꿈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되고, 인생의 크기도 달라지게 된다"고 꿈꾸는 과학자가 될 것을 당부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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