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30년 간 3000만 건 데이터 분석
미국, 2020년 기점 중국 협력 일시 감소
코로나 영향 또는 미중 디커플링 영향 추정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과학기술 분야 미국과 중국의 국제협력이 오히려 지속되는 등 상호협력 의존도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20년대를 기점으로 미국의 국제협력에서 중국 비중이 서서히 줄고 있어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연구협력 지형에 서서히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이후 미국, 일본 중심의 국제협력에서 차츰 중국, 유럽, 인도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 국제협력의 글로벌 패턴과 한국의 현황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학술정보기업 클래리베이트의 '웹 오브 사이언스'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간 3000여 만건의 문헌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가 간 국제공동연구 협력 패턴을 분석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국제협력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확돼됐다. 이는 기술패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국의 현 상황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18∼2020년 기준, 미국의 국제협력 논문 중에서 중국과의 협력한 논문은 15.5%에 달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도 같은 기간 동안 국제협력 논문 중에서 미국과의 협력 논문 비중이 26.5%로 나타나 미국 비중이 컸다. 양국이 과학기술 국제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미국의 경우 2010년을 기점으로 중국과의 협력이 큰 폭으로 증가하다가 2020년 중국과의 협력 비중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가 간 교류 감소에 따른 국제협력 환경의 일시적 변화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의 영향 때문인지는 현재로선 불분명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선진국에 비해 국제협력 논문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나 홀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2000년대 전후를 기점으로 국제협력 비중이 국내협력과 기관 단독 논문 비중보다 높은 데 반해, 우리나라는 2010년대 초반 국내협력 비중이 단독 논문 비중을 추월했다. 2010년대 후반 들어 국제협력 비중이 단독 논문 비중을 앞섰다.
우리나라의 국제협력 대상 국가는 1998∼2000년 사이에 국제협력 논문 중 38.6%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됐지만, 2018∼2020년에는 17.1%로 감소해 점차 비중이 줄고 있었다. 일본과의 국제협력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그 자리를 중국이 대체하는 경향을 띄고 있다.
이준영 KISTI 책임연구원은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기술패권 경쟁은 최소 30년 동안 국제협력 과정에서 고착화된 미중 협력의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 파악된다"며 "국제협력 관계의 재편이나 협력 대상의 다양화를 추구하기 위해 국제협력 패턴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