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좌관 없는 실업자입니다."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당선인에게 0.73% 차이로 석패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2030 여성 지지자들에게 남긴 말이다.
이재명 전 지사는 대선 결과가 나온 지난 10일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대외적인 정치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SNS상에선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자신에게 힘을 실어준 2030 여성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지지세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실제로 윤석열 당선인과 예상 외 '초박빙 접전'을 펼친 이유 중 하나는 2030 여성 유권자들의 '막판 결집' 때문이기도 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지사가 대선에서 낙선한 뒤, 일부 2030 여성 지지자들은 그의 팬을 자처하며 온라인상에서 활발하게 응원 중이다. 자신을 이른바 '개딸'이라고 칭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2030 여성들은 '딸을 낳고 싶었다'는 내용이 담긴 이 전 지사의 과거 블로그 글을 가져와서, 이 고문을 '재명 아빠', 자신들을 '개딸'(성격이 괴팍하다는 의미)로 호명했다. '개딸'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나온 말로 '강아지'처럼 천방지축인 딸을 친근하게 부르는 표현이다.
실제로 한 네티즌이 "아빠 사랑하잔(잖)아"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이 고문은 "고맙자나(잖아)"라고 답했다. 잔아, 자나 등으로 표기하는 것은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자나체'다.
또 다른 네티즌이 "건강관리 어떻게 하시나요?"라고 묻자 이 고문은 "숨쉬기, 밥숟갈 들기 등"이라고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놨다. '답장을 하는 분이 이 전 후보 본인이 아니라 보좌진이냐'는 질문에 이 고문은 "저는 보좌관 없는 실업자"라는 답장을 보내기도 했다.
이 전 지사를 향한 2030 여성들의 지지세는 민주당 '입당 러시'로도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0대 대선 직후인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11만 7700명이 신규 권리당원으로 입당했으며, 충북도당의 경우 신규 가입자의 70%가 젊은층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같은 신규 당원의 유입은 민주당에게 '새로운 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특히 상대적으로 정치 혐오가 강한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이 고문에 대한 '팬덤'이 일고 있는 건, 이들로 하여금 정치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대선 이후 휴식기에 들어간 이 전 지사를 두고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역할론'에 대한 상반된 입장이 거론되며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다.
이 전 지사 측에선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공동선대위원장 등으로 등판하거나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노리는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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