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칼럼] 윤석열 당선인에게 드리는 부탁](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1502102269660001[1].jpg "[홍성걸 칼럼] 윤석열 당선인에게 드리는 부탁")
첫째, 무엇보다 정직한 대통령이 되어주면 좋겠다. 문자 그대로 거짓말은 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꼭 해야 한다면 국민을 위한 '하얀 거짓말'만 하시라. 지난 5년 간 우리는 정직하지 못한 정치인에게 신물이 났고, 그 정치인을 지키려는 더 큰 거짓말을 일삼는 패거리 정치에 질려버렸다. 위선이 하늘을 찔러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가 전 세계에 알려진 한국어가 되었을 정도다.
그들이 지키려 한 것은 이 나라의 미래가 아니라 자신들의 알량한 권력뿐이었다. 그들의 거짓과 위선이 정치를 희화화했고, 국민을 편 갈라 서로를 할퀴고 증오하게 만들었다. 새 대통령은 정직을 무기로 이 사회의 증오와 갈등, 패거리 문화를 청산해 주기를 기대한다.
둘째, 약속은 지켜야 하지만 모든 공약을 지키려는 무모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는 피를 말리는 싸움이다. 단 한 표가 아쉬운 때에 득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약이라면 무엇이든 던지게 마련이다. 더욱이 이번 대선은 24만7000여 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제시된 많은 공약은 근거와 타당성, 실현가능성에 의구심이 있을 수 있다.
공약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될 때, 대통령은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정직하게 이를 인정하고 국민을 설득하시라. 야당과 언론, 반대세력은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며 대통령을 비난할 것이다. 그러나 공약이 이 나라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지키는 것은 오히려 더 부도덕한 일이다. 야당과 언론의 비판이 두려워 나쁜 공약을 지키려 하는 것은 정직한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
셋째, 확신이 있을 때만 정책을 확정하고, 결정된 정책은 단호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정책의 결과에 대한 최종적 책임은 언제나 대통령의 몫이다. 확정 전까지는 다양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실히 들어야 한다. 대통령과 이념과 가치, 생각이 같은 사람만 정책과정에 포함시키지 말고, 반드시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어야 한다.
넷째, 전 정권의 적폐청산 문제다. 특히 이번 대선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범죄 의혹들은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되고 책임 있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문제는 이것이 정치보복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치보복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해 보복하려는 '의도'에서 제기된 범죄의혹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을 샅샅이 뒤지거나 없는 범죄를 만들어 뒤집어씌우는 수사권의 남용을 말한다.
새 대통령은 대선과정 뿐만 아니라 권력층의 범죄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법과 원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또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않으면 결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신이나 배우자가 관련된 의혹도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밝혀야 한다.
끝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내는 물론, 국제관계에서도 당당하게 국민의 자존심을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한미관계는 물론 한일관계와 중국, 러시아 등 4강과 북한과의 관계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주권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이 나라는 대통령의 나라가 아니라 국민의 나라임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이렇게 당연한 것들을 특별히 부탁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기에 국민은 갈라졌고 그로 인한 부정적 결과가 대한민국의 미래까지 어둡게 했기 때문이다. 이제 새 대통령은 갈라지고 패인 깊은 상처를 치유하여 함께 잘사는 희망 찬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역사의 평가 속에 영원히 기억되는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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