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MZ세대의 보수화로 설명하는 시각도 있지만 근본 원인은 1990년대 초 소련 해체 이후 시장경제 체제의 시대를 보고 배웠고, 여기에 연평도 포격·천안함 폭침 사건을 청소년기때 직접 피부로 느끼면서 일어난 자연스러운 '세대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좀처럼 '이재명'엔 붙지 않는 20대= 13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사는 전국지표조사(NBS 자체조사, 10일~12일 3일 동안,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를 통해 이 후보가 37%, 윤 후보가 28%, 안철수 후보가 14%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후보가 크게 이긴 여론조사 결과이지만, 20대만 놓고 보면 이 후보는 21% 지지율로 윤 후보와 동률을 기록했다. 안 후보도 16%를 기록해 '3강 구도'를 형성했다. 40대에선 이 후보 49%, 윤 후보 17%, 안 후보 15%인 것과 극명하게 갈린다.
윤 후보(39.2%)가 이 후보(36.9%)와 오차범위 내로 나온 지난 12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YTN 의뢰, 10~11일 2일 동안)에서는 결과가 더 극적으로 벌어진다. 20대는 윤 후보에게 41.3%, 이 후보에게 19.7% 지지를 보내, 21.6%포인트 차 '더블스코어'를 기록했다. 특히 안 후보가 같은 여론조사에서 21.3%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후보가 20대에서 약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MZ세대, 왜 보수 성향 강한가= 사실 여권은 이런 20대의 반응을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감지하고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놓고 20대가 강하게 반발한 사건을 두고 당시를 술회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 운동을 한 세대는 '20대=진보'라는 공식이었고, 이런 이슈에 당연히 찬성할 줄 알았는데 민심의 괴리감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MZ 세대의 경우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나 '열린 교육' 흐름 속에 과거 세대와 완전히 다른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처음부터 보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1985년생 이후 교련이 없어져 학교에 군인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명칭이 바뀌면서 영어 과목이 생기기 시작했다.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로 능력을 인정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또 과외가 금지됐던 시기에서 벗어나 해외 조기유학생들이 생기면서 서양의 문화를 그대로 학습한 첫 세대인데, 이미 소련이 붕괴하고 중국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난 뒤여서 시장경제 체제에도 우호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헤럴드경제 의뢰, 지난 12월 27~29일 사흘간) 대기업에 대한 이미지 조사에선 2030 대다수가 '긍정적 인상'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란 응답이 55.0%를 차지해 가장 많은 응답 비율을 보였고, 족벌경영과 세습(15.7%), 부정부패와 비리(13.6%), 투명경영과 사회적 책임(10.1%) 등 순이었다.
또 동북공정 등을 보고 배워 높은 반중 정서도 가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대학교에서 운동권 바람이 잦아든 세대다. 젊은 시절 진보 진영와 공유했던 '감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때 잠시 진보진영으로 왔으나, 광우병 사태·조국 사태·박원순 사태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오히려 '내로남불' 프레임으로 보수적인 목소리가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 "합리·실용의 눈으로 2030 봐야"= 전문가들은 MZ세대가 사회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해답이 있다고 설명한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현 MZ세대는 형제 관계가 '독자 아니면 많아야 둘'로, 항상 가족 내에서도 자기 중심적으로 살아온 세대"라면서 "이들이 사회화하는 시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교 선생님들인데, 지금의 40~50대 초반 정도까지 세대는 소위 사학재단 비리 부패 척결 등에 열정을 가지고 뛰었던 '전교조 1세대'에 의해 교육받은 세대여서 지금의 40대~50대 초반까지는 60대가 넘어도 보수화되지 않고 어느 세대보다 진보 좌파적 성향을 유지하겠지만, 현재 지금 2030 은 전교조가 정점에 있을 때 교원평가제 도입을 반대하며 상당수 떠나 쇠퇴한 상태여서 이익 집단화한 것을 보고 배웠다"고 말했다.홍 교수는 "2030은 이념적으로도 영향을 덜 받은 상태에서 당장 일자리가 없는 상태에 직면하게 되면서, 학교를 다닐 때는 취업이나 미래 설계 등 실용적인 생각에 관심이 있었다"며 "무한 경쟁 속 4050처럼 집단적 사고보다는 훨씬 더 자율적이고 개인적 생각이 익숙한 세대이고, 사회 분위기 또한 4050은 개도국·선진국에 한 발씩 걸친 세대라면 2030은 완전히 선진국 대한민국에 태어나 남북관계나 한중, 한미 관계 등도 독립적이고 대등 관계로 생각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